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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證 인수 후보들, 실탄은 넉넉히…파격적 인수가는 ‘글쎄’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오는 21일 KDB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인수 후보들이 강한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오버페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칫 오버페이로 피인수 회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나쁘지 않은’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수후보들은 실탄을 탄탄히 채워놓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포석이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으로 ▷매각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매각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입찰가격과 자금조달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따라 대우증권의 새주인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수 의지는 강하나 파격적인 인수가 제시 ‘글쎄’=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증권 보유 지분 43%에 대한 최저 매각가격을 2조원 가량으로 정했다.

산은이 재무제표에 반영한 대우증권 보유 지분 43%(1억4018만주)의 가치(장부가액)는 1조7758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가량을 추가할 경우 산업은행이 원하는 매각가는 2조1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시장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1조원대 후반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대우증권 장부가액 등을 감안할 때 매각대금은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인수 후보들이 대우증권 인수 후 시너지를 등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인 인수가 제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치뤄진 예비 입찰에서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은 1조8000억~2조원대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들이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격인 1조9500억원을 뛰어넘는 가격을 쓰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과도한 금액으로 인수할 경우 재무 부담에 시장 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해서다. 실제로 대우증권 인수후보들의 주가는 예비입찰 직후 약세를 나타냈다.

무리한 인수는 곧 투자자들의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인수가가 얼마가 될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며 “다만 인수가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이 먼저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동원력이 가장 좋은 KB금융지주도 파격적인 인수가를 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나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부회장 등 개인 오너가 있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지분은 국민연금이 9.42%, 뱅크오브뉴욕멜론이 8.41%를 보유하고 있다. 적정 인수가에 대한 고민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너가 없다보니 이들 회사보다 인수합병(M&A)딜을 하는데 있어 통큰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자= 인수 후보들은 유상증사와 회사채 발행으로 실탄을 충분히 마련, 본게임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주주배정 유상증자 혹은 단순 차입 방식을 통해 5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추가로 5000억∼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검토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여기에 자기자본 8000억원을 더하고 필요하면 추가 차입해 1조9000억원 안팎의 대우증권 인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천명하며 유상증자에 나서 9500여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여기에 7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차입과 3500억원 자기자본을 더하며 약 2조원 정도의 인수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실탄확보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317조원(지주회사 중 4위),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총자본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15.86%)으로 자금 조달에 여유가 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3조~4조원 규모의 자금은 무리 없이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후보 3사가 확보된 실탄에 얼마나 ‘의지’를 담아 인수금액을 써내는 가에 달려 있다. 인수 이후 대우증권과의 시너지를 감안할 때 당초 시장에서 전망하는 1조9500억원대 인수대금이 더 올라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 후보들은 모두 대우증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본입찰에서 얼마가 나올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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