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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힘내세요!…‘얼굴없는 위로’ 시대
울적·허전하고 상처받고
게시판에 하소연 하면
너도나도 위로와 조언
익명성 등 장점 큰 반향



‘그냥 위로받고 싶어요.’

서울에 사는 주부 강현경(41·가명) 씨. 얼마 전 남편과 다툰 뒤 속상한 마음을 육아정보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강씨의 글이 올라가자 게시판에는 삽시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토닥토닥 힘내세요. 남편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온 말일 거예요’, ‘맥주 마시고 푹 주무세요. 오늘은 아무 생각 마세요’, ‘어떤 마음인지 알거 같아요. 저와 처지가 비슷하네요’, ‘저는 제 마음 헤아려주지도 못하고 위로 못해주는 남편, 진작에 포기했어요’ 등의 내용이었다.

기분이 좀 나아진 강씨는 ‘모두들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댓글을 달았다.

바야흐로 ‘얼굴 없는’ 위로 시대다.

인터넷에서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하소연 거리나 상처받았던 일을 올리면 댓글을 통해 공감이나 응원하는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방문자 수가 많은 유명 사이트나 포털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건씩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가 필요해요’, ‘저 좀 위로해주세요’, ‘하소연하고 갑니다’, ‘잠깐만 속상할께요’ 등의 제목이 달린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위로뿐 아니라 고민 상담을 청하는 글들도 많아지고 있다.

배우자 외도, 시댁·처가와의 갈등 등에 대한 글을 올리면 단숨에 100~200개 가량의 댓글이 달린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게시판엔 남편의 외도 정황을 포착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차분히 추가 증거부터 모아라’, ‘이혼할 생각이 없으면 참고 살아라’, ‘마음 추스리고 아이들만 생각해라’, ‘당장 법원에 가라’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개인 정보가 드러나게 되고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디에다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게 불가능해지고 있다”며 “가족 결속력도 약화되면서 근대 들어서 개인이란 존재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NS 등 사회관계망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지만, 정작 위로와 조언이 필요할 때 이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현실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발표한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관계 지원(Social network support)’ 부문에서 한국은 34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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