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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생활명품 싱거미싱
“아니 이런 고물을 어디서 주워모았대! 저거 집집마다 있었잖아”

60대 초로의 여인들이 한 백화점 쇼윈도를 장식한 싱거미싱 수백대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너도 나도 한마디씩이다.

아닌게 아니라 싱거미싱은 집집마다 안방이나 거실 한 켠을 차지했다. 엄마는 싱거미싱으로 소풍을 앞둔 딸이 입고 싶어한 X끈 주름원피스를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 앞뒤로 옷감을 밀면 노루발이 지나간 자리에 바느질 땀이 고르게 박혀있는 게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싱거미싱을 다시 만난 건 7년 전 윤광준씨가 쓴 ‘윤광준의 생활명품’에서였다. 윤 씨는 어머니의 재산목록 1호였던 싱거미싱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준마가 연상되는 주철제의 날렵한 검정 몸체, 굳건하고 마디게 보이는 플라이 휠, 신전의 기둥같은 사각 베이스. 싱거 미싱은 차라리 미술품에 가까웠다.”

싱거미싱은 1851년 뉴욕 출신 아이작 싱거가 만든 세계 최초의 실용 재봉기다. 1853년 미국에서 처음 판매된 싱거 재봉기의 가격은 100달러. 이 재봉기는 1855년 파리 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재봉기 회사가 된 싱거의 획기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는 할부 판매 방식을 도입한 것. 저소득층도 다달이 적은 돈으로 기계를 들여놓을 수 있게 한 건 혁신적이었다. 싱거미싱은 특히 한국엔 산업화의 상징으로 더 특별하다. 평화시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미싱을 돌린 덕에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났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도 그 곳에서 일했다.

오래 전 브랜드로만 알고 있던 싱거미싱은 여전히 진화중이었다. 내장된 컴퓨터가 바느질을 완성해주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을 거는 문제도 간단히 해결한 듯하다. 원하는 패턴을 넣으면 저절로 바느질이 되고, 3D프린터로 원하는 옷을 만들어 입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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