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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육아 품앗이로 성공한 작은 도서관
부모가 재미있으면 '절반'은 이미 성공한 도서관

[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서울시에서 운영중인 도서관은 국공립, 대학, 민간전문기관, 장애인, 어린이, 작은(문고) 등을 합해 모두 2천653개나 된다. 이중 공공도서관은 1천141개이고 1관당 이용자수는 1년에 30만~ 40만 명에 이른다.

간단히 말해 1년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3억명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영세한(수용인원이 100명을 넘지 못하는) 사립도서관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3대째 내려오는 맛집을 취재하는 비디오자키(VJ)처럼 강동구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함께 크는 우리'(이하 '함께 크는 우리')를 찾아갔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도서관은 한산했다.

정선옥 관장은 롤케잌을 내어주며 불쑥 찾아온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함께 크는 우리'는 송파구에서 처음 시작돼 20년 동안 운영되어 오다가 2007년 강동구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강동·송파 시민회 사단법인 '열린사회'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근직으로 1명 밖에 둘 수 없는 구조였다. 때문에 4년 동안 정선욱 관장 혼자 운영해 오고 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업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도서관일수록 상근직이 많으면 많을수록 참여자가 활성화 되지 않고 수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문사서가 아닌 정선욱 관장 본인도 육아품앗이 참가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함께 크는 우리’는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각 세대별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인상 깊었던 건 아이들을 위한 절기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직접 공부를 해 대보름이나 단오 같은 행사를 진행해 아이들을 참여시킨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에서 이러한 활동을 여기서 하지 않으면 영영 책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정선욱 관장님은 여기서 작은 도서관의 성패는 육아품앗이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작은도서관의 회원의 80%가 유아 또는 어린이의 엄마들이고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도서관의 주축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여기에 책모임과 어른들의 취미가 결합하면 상근자가 1명이어도 도서관은 저절로 돌아가게 돼있다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숨겨진 비법이라 알려주었다.

작은도서관이 갖고 있는 커뮤니티가 바로 기존 공공도서관이나 대형도서관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함, 다시 말하면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성당이나 학교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수록 서로의 집을 공개하지 않는 추세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동아리가 운영 될수록 강사를 섭외하는 비용이 줄어들어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부모들이 경험이 쌓이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공부를 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생각에 학습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교육, 환경, 육아 등을 주제로 공개 강의를 열거나 실제 학교 선생님을 초빙해 엄마가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실제 학부모 관계에서는 선생님이 갑의 위치에 서기 때문에 솔직한 질문을 할 수가 없기에 엄마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함께 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아이로 관계를 맺지만 아이만 재미가 있어서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재미있어야, 즉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솔직한 진리가 숨어있었다. 어쩌면 솔직한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면 첫 단추를 바르게 채워진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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