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아니다” 불안감증폭
美 동맹 우리도 주요 타깃
새 테러방지체제 구축등 시급
“더 이상 딴 나라 얘기가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파리 테러를 일으킨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로부터 태생된 테러조직 ‘알 누스라’를 추종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지난 18일 국내서 검거돼 이같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테러 조직 추종자가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 IS를 공개지지하는 사람이 10명이 넘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언제든 내 주변에서 테러가 발생될 수 있다는 이른바 집단적 ‘IS 포비아(phobiaㆍ공포증)’가 엄습하고 있다.
IT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 양모(34) 씨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테러가 없었는데 IS 같은 단체를 따르는 외국이 잡혔다니 남 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6·여) 씨는 “파리 테러가 콘서트장에서 벌어졌다고 하는데, 앞으로 영화관 갈 때도 걱정하면서 가야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며 “솔직히 우리나라에 있는 이슬람교도 중에서 누가 IS일지도 모르는게 사실 아닌가”라고 물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서둘로 테러방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장병옥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최근 IS가 미국을 돕는 동맹국들은 전부 테러 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동맹에 포함된 한국도 프랑스와 같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중동 전문가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최근 IS의 전략은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전략”이라며 “전선이 따로 없는 SNS 등을 통해 이슬람 급진주의 이념에 동조하는 이들은 물론, 사회 불만을 가진 극단 세력까지 포섭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실상 서방세계는 안전지대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급진주의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동맹국으로 잘 알려져 있어, 타겟이 될 가능성이 없잖다.
실제 우리나라는 IS의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가 지난 9월 공개한 테러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
당시 다비크는 미국의 IS 격퇴 작전명인 ‘내재적 결의’를 거론하며, 내재적 결의에 참가한 62개국이 새로운 ‘십자군 동맹’ 테러 대상이라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도 테러의 위협에 노출된 재외공관이 20여개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거주 중인 이슬람 신자 가운데 이번에 체포된 인도네시아인처럼 IS를 추종하는 이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테러의 우려를 키운다.
또 올해 10대에 불과한 청소년 김 군이 IS에 가담한 뒤 추가로 2명의 한국인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을 시도하려 했다가 공항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만큼, 한국인 IS 대원의 테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슬람 급진주의 이념에 동조하는 원리주의자들은 전체 이슬람 신자들의 약 10%로 추정된다”며 “이와 유사하게 국내 이슬람신도의 약 10%도 원리주의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급진주의 이념에 동조한다고 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희박하고, 한류 덕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중동에서 나쁘지 않아 급진주의자들이 한국에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프랑스 테러 사건처럼 공포가 실체화되진 않겠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테러의 위협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 교수는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통과해 철처한 대비를 하는 한편, 이슬람 신도에 대한 차별ㆍ편견 등을 내비치며 이들을 자극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국내에서 이슬람 포비아나 반 이슬람 정서가 부각되는 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급진주의자들을 자극할만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경원·박혜림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