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뒷모습을 찍었어요. 눈물나게….”
전시장에 있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전시 타이틀도 ‘해질녘 나의 하늘에는’이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시’에서 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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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무덤×할머니, 150×113㎝, 2015 ⓒryubiho [사진제공=성곡미술관] |
8개의 모니터(8채널)가 보여주는 영상부터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파고 든다. 카메라는 다리를 저는 청년과 그의 등에 업힌 백발노인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다. 재개발 지역의 허물어진 집터도 천천히 훑는다. 청년과 노인은 황량한 도시를 빠져나와 공기처럼 흘러다닌다. 산업화와 도시 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유비호(45) 작가의 작품이다.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
유비호는 2014년 성곡미술관 선정 ‘내일의 작가’다. 미술관은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유비호 작가의 수상전을 연다.
전시 타이틀처럼 영상, 사진 작업들은 매우 시(詩)적이고 서정적이다. 상처입은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누군가를 향한 과격한 비판이나 책임추궁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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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채널 영상설치‘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의 한 장면. ⓒryubiho [사진제공=성곡미술관] |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유비호 작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과격한 비판보다 시적인 방식으로 푸는 작가“라며 ”현재 시점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시지프스 신화, 망부석 설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지게를 지고 매일 산길을 오르는 남자의 뒷모습(‘나의 뫼르소’)을 쫓는다든지, 해무에 갇힌 바닷가 어느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뒷모습(‘안개 잠’)을 통해 거대한 힘(때로 그것은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를 대비시켰다.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 8명의 인터뷰 영상도 보여준다. 씨랜드청소년수련원 참사 유가족 대표, 용산참사 생존자, 세월호침몰사고 유가족, 그리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거대 다수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라며 “개인의 실존적 가치와 그들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작품은 어두운데, 전시장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다. 작가의 의도다. “아픈 사람들을 그 무엇보다도 밝게 비춰주고 싶었습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