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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온탕 오가는 수능…수험생 길을 잃다
난이도 조절 실패
6·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워
1등급 커트라인 영역별 1~4점 낮아질듯



지난 12일 치러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 수능은 물론 올해 6ㆍ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역대 최고의 ‘물수능(쉬운 수능)’으로 꼽히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6ㆍ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교육당국과 출제진의 공언이 허언이 된 셈이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에 맞춰 수험 생활을 해 왔다. 향후 채점 결과가 나와야 명확해 지겠지만 올 수능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것으로 드러난 이상 수험생들은 수시ㆍ정시 모집 전형 지원 등 향후 입시 전략에 혼선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입시 전문가와 수험생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1등급 커트라인, 영역별로 지난해보다 1~4점↓=13일 입시 업체들에 따르면 올 수능의 경우 국어와 수학 영역이 대체로 지난해 수능은 물론 올해 6ㆍ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을줄이겠다”며 최근 몇 년간 난이도가 낮았던 영어 영역도 ‘역대 최고로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조금 어렵고, 모의평가보다도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든 영역의 만점자 비율이 1등급 기준인 4%를 넘어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가 100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입시 업체 유웨이중앙교육이 발표한 영역별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 A형 96점(지난해 97점) ▷국어 B형 94점(91점) ▷수학 A형 94점(96점) ▷수학 B형 96점(100점) ▷영어 94점(98점)이었다. 국어 B형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커트라인이 지난해보다 1~4점 정도 떨어졌다.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지난해 수능에서 연계 출제된 EBS 교재의 한글 해석본만 달달 외워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문의 대의 파악과 세부 정보를 묻는 문제의 경우 EBS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주제나 소재가 비슷한 다른 지문으로 대체한 것이 수험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이 대다수 교사와 입시 전문가의 분석이다.

때문에 지난해 (3.37%) 수준을 넘어 최대 5%로 예상되던 올해 만점자 비율은 2%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9월 모의평가를 본 수험생 2300여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는데 1등급을 받았던 수험생의 76.9%가 ‘어려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미리 공언한 난이도 맞추지 못하면 수험생에 큰 혼란”=이처럼 수능이 어려워진 데에는 영역별로 상위권을 변별할 고난이도 문항이 2∼5개 출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고난도 문제는 예상 정답률 20∼30% 수준의 문제로, 신(新)유형 문제와 함께 상위권 변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주로 인문계 수험생이 치르는 국어 B형 영역의 경우 자연계 수험생에게 익숙한 항력, 부력 등의 개념이 등장한 30번 문제도 수험생이 많은 시간을 썼을 것으로 입시 업체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수능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들을 출제했다”고 출제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이 같은 출제 원칙이 큰 난관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고3 수험생인 정모(18) 군은 “쉽게 출제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렵더라”며 “나는 인문계인데, 국어 영역 비문학 지문, 그 과학 부분이 어려워서 다른 애들도 막 찍고 그랬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이 수차례 강조해 왔던 출제 기조를 지키지 못하고, 바로미터가 되는 지난해 시험과 6ㆍ9월 모의평가 수준의 난이도를 뛰어넘는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성호 대표는 “올 수험생들은 (고교)입학할 때부터 3년간 수능이 쉽다고 들었던 아이들”이라며 “난이도를 맞추지도 못하면서 미리 예단을 하는 것은 향후 수시ㆍ정시 지원 등 수험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입시 전문가와 수험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실수 하나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는 ‘물수능’은 피하게 돼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상윤ㆍ배두헌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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