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굵기만한 이 밧줄로 독일 작가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정통적인 소설 문법, 담백한 문체에 다소 냉소적인 웃음기를 보태 ‘밧줄’을 놓치 못하게 만든 이 작가의 현직은 외교관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바쁜 추수철, 마을에서 발견된 밧줄의 끝을 찾기 위해 숲으로 간 남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소위‘밧줄원정대’의 남자들은 밧줄의 끝을 보기 위해 계속 숲으로 나아가고 그 때문에 추수를 못해 한 톨도 거둬들이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은 급기야 먹고 살기 위해 마을을 떠나고 밧줄만 쫓던 남자들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밧줄/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지음/ 강명순 옮김/ 바다출판사 |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게임에 뛰어들어 길을 떠난 것은 철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끝까지 가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다.
밧줄은 욕망의 은유다. 사소한 동기가 어떻게 파국을 몰고 오는지 소설은 여실하게 보여준다. 또 시련으로 꺾이는 욕망을 지속적으로 추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국 밧줄의 끝은 무엇인지 작가는 냉철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꿈에서 따왔다고 한다. 갈수록 길어지는 밧줄에 대한 꿈을 꾸고 난 뒤, 즉시 수첩에 적어놓은 게 모티브가 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