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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수능, 과연 최선입니까
이준식 출제위원장 “6,9월 모의고사 수준 출제”
올 수능 ‘사상 최악 물수능’ 전망
교육당국 “EBS 연계 70% 출제로 학습 부담↓…사교육도↓”
학부모 등 “실수 하나로 수험생 인생 바뀌는 것 문제”


[헤럴드경제=신상윤ㆍ배두헌(세종) 기자]올해 수능이 역대 가장 쉬운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물수능’의 변별력에 대한 논란과 함께 1문제로 당락이 엇갈리는 ‘로또 수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식 수능 출제위원장(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은 12일 브리핑에서 “올해(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2015학년도)와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능사상 가장 쉬운 수준으로 출제된)올해 6,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2일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2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서울 이화여자외고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수능 시험 문제 배포를 기다리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물 수능은 이미 지난 3월 교육당국이 수능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쉬운 수능‘ 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을 때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교육당국은 ‘고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을 기치로 내걸고 본격적으로 ‘쉬운 수능’ 정책을 폈다.

이 같은 기조는 고스란히 수능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와 주로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 B형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각각 3.37%, 4.3였다. 전년(0.39%, 0.58%)보다 크게는 10배 가까이 올라간 수치다.

성적 상위 4% 수험생까지만 1등급이니, 실수로 문제 하나만 틀리면 2등급을 받는 셈이었다.

올 수능 난이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도 물수능 경향은 지난해보다 두드러졌다.

실제로 국어 A형과 수학 B형, 영어는 만점을 맞아야 1등급이 될 만큼 쉽게 출제됐다.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국어 A형 6.12%, B형 1.29%였으며, 수학 A형 1.17%, B형 4.11%, 영어 4.64%이었다.

국어 A형의 만점자 비율은 역대 수능과 수능모의평가 사상 최고였다.

수학 B형 역시 역대 모의평가에서는 만점자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능은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국어 A형 1.37%, B형 0.09%로 이번 9월 모의평가보다 훨씬 낮았다.

영어 만점자는 9월 모의평가에서 작년 수능보다 1.3%포인트가량 늘었다.

이처럼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자 대학들은 우수 학생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최근 고려대는 현재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입학생의 절반 가량을 고교 추천 전형으로 선발하고 수시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설명>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2일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2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서울 이화여자외고에서 수험생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수능 시험 문제지 배포를 기다리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수시 모집 전형중 상당수를 차지하던 논술 위주 전형까지 교육당국에서 규제하자, 대학들은 그나마 성적이 명확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려고 전형을 손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전형은 올해 비중이 전체 정원의 32.5%까지 줄었다. 14년 전 71%였던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하 할 만 하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쉬운 수능‘의 사교육 경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교재 수능 연계 출제 비율을 현행처럼 70% 이상으로 유지하면 분명히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는 너무 쉬운 수능은 성적에 운(運)이 작용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토로한다. 인천 연수구의 고3 학부모 조모(52) 씨는 “너무 어려우면 안 되지만 최근 ‘물수능’은 실수를 피하는 시험이 됐다“며 ”문제 하나만 틀려도 등급이 달라져 수험생의 인생이 달라진자면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상당수 입시 전문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사교육을 더 받는 사교육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교육당국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라며 “수능 난이도를 적정선까지 올려 변별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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