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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가 어때서…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고령 수험생도 ‘수능 속으로’
이화여고? 이화여외고?…고사장 헷갈린 수험생
머리 못 감은채 경찰 오토바이에 실려온 학생도
일부 업체, 벌써부터 고사장 앞서 ‘마케팅’ 펼쳐



[헤럴드경제=사건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능 응원전이 펼쳐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찰 오토바이와 순찰차를 타고 다급하게 들어오는 수험생들이 있었다. 특히 학교명이 비슷해 고사장을 혼동한 탓에 황급히 뛰어 들어오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학교 이름이 비슷해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착각하는 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오전 8시께 이화여외고 앞에 도착한 한 수험생은 경비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자신의 고사장이 이곳이 아니라 바로 옆 이화여고라는 사실을 알고 고사장을 향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었다. 수험생뿐 아니라 응원하러 온 학생들도 이름을 착각해 이화외고와 이화여고 사이를 뛰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고사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치루기 위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황급히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머리 못 말린 채 경찰 오토바이 타고 고사장行=특히 오전 7시50분께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앞에는 계성여고 수험생 김지수(18) 양과 어머니 윤정란(48) 씨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막 감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도착한 김양은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고사장안으로 들어갔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왔다는 윤씨는 “택시를 잡으려 하니 잡히지 않아서 걱정하던 중 경찰 오토바이가 수험생이냐고 물어보더니 차가 막힐 거라며 태워줬다”며 “딸 도시락은 다 맞으라고 동그랑땡을 싸줬다”고 말했다. 윤씨는 딸이 수능을 잘 치르도록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릴 계획이다.

오전 7시55분께에는 풍문여고 수험생 한 명도 경찰차를 타고 부리나케 고사장인 이화여외고로 입실했다. 이 수험생은 급한 와중에도 정문 앞에서 응원하러 온 후배들에게 잠시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전 7시55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에는 구급차를 타고 온 환일고 3학년 문경환군이 어머니와 함께 내려 입실했다. 동대문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는데 차가 너무 막혀 119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 어머니 이은영(44) 씨는 “시간이 늦었는데도 아들이 너무 태평해 애가 탔다”며 “아들이 오지 말라고 했는데 같이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실 시간을 1분 남기고 도착해 고사실까지 전력 질주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는 한 남학생이 오전 8시9분 경찰 오토바이에서 내려 황급히 질주했고, 경복고 앞에서도 같은 시각 한 남학생이 도착해 “잘 봐라! 대박!”이라고 소리치는 응원 학생들에게 멋쩍은 표정을 짓고서 고사실로 달렸다.

수능 시험장에서 옛 은사님을 만난 수험생도 있었다. 재수생인 이모 양은 고사실 입실 후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시험 감독관으로 같은 고사장에 온 출신 중학교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이양을 꼭 끌어 안으며 “너 여기서 시험 보니? 잘 봐라. 파이팅” 하고 응원했고 이양도 “열심히 했으니 시험 꼭 잘 보고 싶다”고 답했다.

수능 치르는 고령 수험생들 ‘눈길’=50∼70대 고령 수험생들도 수능 시험 긴장감은 마찬가지였다. 학력 인정 주부학교인 일성여중고의 최고령 수험생 조명자(78ㆍ여) 씨는 오전 6시40분께 너무 일찍 도착해 있다가 7시가 돼서야 입실할 수 있었다. 조씨는 “긴장도 되고 너무 늦을까 봐 4시간 밖에 못 잤다”며 “이미 수시로 여주대에 합격했지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수능에도 도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대사대부여고에서는 일성여중고 수험생 32명이 시험을 치렀다. 50대 주부들인 2학년 학생 20여 명은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등 노래를 부르며 응원했다. 이들의 응원이 워낙 열성적이라 학교 경비원들은 “수험생들 들어갈 길을 확보해 달라”며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수능 시험장에서 옛 은사를 만나 응원의 기운을 받은 재수생도 있었다. 재수생인 이모양은 고사실 입실 후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시험 감독관으로 같은 고사장에 온 중학교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이양을 꼭 끌어안으며 “너 여기서 시험 보니? 잘 봐라. 파이팅” 하고 응원했고 이양도 “열심히 했으니 시험 꼭 잘 보고 싶다”고 답했다.

벌써부터 수능 마케팅…상인들 신경전도=압구정고 앞에서는 한 프랜차이즈 빙수 업체 직원 5명이 나와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유자차를 나눠줬다. 한 직원은 “유자차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외고 앞에서는 한 아르바이트 소개 업체가 ‘이미합격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나눠주고 함께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에서 ‘∼각’이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에서는 상인들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교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수험생에게 수능 시계와 필기구를 팔던 한 상인은 편입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내가 아침부터 잠도 안 자고 여기 나왔는데 상도가 없다”며 “저기로 떨어져서 전단지를 나눠주라”며 역정을 냈다.

이 상인은 “옛날 같으면 학부형들이랑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요즘에는 학생들이 없어 장사도 안 된다”며 “여기는 여학생들이 많이 배정받은 탓에 준비를 잘해 왔는지 필기구가 팔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gil@herad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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