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모스트스럽게’.
새로운 ‘외계어’다. 지난 두달간 패션 홍보업체들에 쏟아낸 자료에는 ‘모스트스러운’이라는 신종 외계어가 등장했다. 11일 종영한 MBC 16부작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연출 정대윤, 극본 조성희)’에서 파생된 용어다. 드라마 속 잡지사의 이름이 ‘더 모스트(The MOST)’였고, 편집장 김라라(황석정 분)의 입에서 쉴새없이 튀어나온 말이 “그대여, 좀 더 모스트스럽게 할 순 없나”였다.
또 하나의 패셔너블한 드라마가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동시대 패션 키워드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보다 앞서 패션잡지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2009년)’이 있었다. 스타일은 ‘엣지(Edge)’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이는 패션을 설명하는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엣지있게”나 “모스트스럽게”나 뜻하는 바는 비슷하다. 1차적으로는 옷을 멋있게 잘 입는다는 것. 좀 더 넓은 의미로는 일도 사랑도 멋지게 해낸다는 것이다.
모스트스러움이 보여준 2015년 패션 키워드는 브랜드보다 스타일을 우선시한다는 것. 캐주얼하고 활동적이면서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이 대부분 브랜드 협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패션을 대하는 드라마의 태도는 이전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최근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이러한 변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2016’에서 ‘브랜드는 몰락하고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약진한다’고 짚어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환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가치를 추구하게 됐고, 가성비가 브랜드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노브랜드, 신생브랜드, PB, 무명브랜드 등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각광받는다는 것.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과 그의 절친 민하리(고준희 분)의 의상을 보면 이러한 트렌드가 확연히 느껴진다. 가난한 패션잡지 어시스턴트 인턴 직원과 부잣집 호텔리어로 설정된 극 중 캐릭터에 맞춰 서로 다른 콘셉트의 패션 스타일을 소화했지만, 비싼 브랜드를 내세우기 보다 각자 개성에 맞는 스타일 연출에 포커스를 맞췄다.
황정음의 패션을 보자.
외모 역변(?)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그녀는 편안하고 활동적인 레이어드룩을 주로 선보였다. 블랙 셔츠와 블랙 팬츠에 플랫폼 옥스퍼드화를 매치한다던지, 후드가 달린 사파리 스타일의 A라인 야상재킷을 즐겨 입었다. 블랙 목폴라 위에 데님셔츠, 오버사이즈 스트라이프 코트를 매치하고 미니 토트백을 짧게 크로스로 맨다거나, 퍼 장식이 달린 노란색 미니백으로 포인트를 줘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옥스퍼드화는 이랜드의 신발 SPA브랜드 ‘슈펜(3만9900원)’, 후드 사파리 재킷은 동대문 브랜드 ‘루키버드(43만원)’, 미니 토드백은 ‘폴렌(30~60만원대)’ 제품이다.
고준희는 조금 더 과감한 믹스매치 스타일을 보여줬다.
러플 화이트 블라우스 톱에 블랙 스웨이드 원피스를 겹쳐 입고 데님팬츠를 매치한다거나, 캐주얼한 룩에 여러개의 주얼리를 레이어드하기도 했다. 심플한 블랙 블루종에 컬러풀한 부토니에를 여러개 꽂거나 스컬, 스터드 장식이 있는 링을 레이어드 한 ‘록시크룩’을 소화했다. 마틸다(영화 ‘레옹’)의 블랙 초커 목걸이도 그녀를 통해 다시금 부활했다.
원피스나 스커트는 국내 디자이너 이명신의 ‘로우클래식’, 코오롱FnC의 디자이너 브랜드 ‘럭키슈에뜨’ 제품을, 주얼리는 ‘뚜아후아’ 제품을 주로 착용했다. 뚜아후아는 우림FMG가 전개하는 주얼리 셀렉숍 ‘쥼’의 브랜드다. 가격은 주로 10~20만원대.
가격 접근성(Affordable price)이 탁월한 브랜드들을 적절히 섞으며 극 중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모스트스러운’ 스타일에 대중은 ‘완판’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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