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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경쟁력 퀀텀점프 좌담회] “벤치마킹이 능사 아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산업 혁신으로 퀀텀점프 하자”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중국이 격하게 추격하고 있다. 곧 따라 잡을 것만 같았던 일본은 엔저로 인한 수익개선을 활용해 재도약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제조업 부활을 외치며 산업고도화에 적극 매달리면서 경쟁관계가 날로 심화되는 이때.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산업 경쟁력을 훌쩍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중기획 ’2015년 한국경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의 여섯번째 주제인 ‘산업경쟁력의 퀀텀점프를 위한 과제’ 좌담회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 공동으로 여섯번째 주제인 ‘산업경쟁력의 퀀텀점프를 위한 과제’ 좌담회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박홍석 울산대 교수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사회로 토론을 벌였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는 ‘신(新) 샌드위치’ 상황에 처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박홍석 울산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우리의 산업 수요와 실력에 적합한 ‘우리의’ 산업 혁신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선진국 사례가 성공적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장 참여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 우리의 산업 현황에 맞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혁신을 리드하는 역할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기업과 모든 시장 참여자가 고민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데 공감했다.

▶산업 혁신,우리에게 맞는 정책 찾아야 실효성 커져= 최근 선진국들이 앞다퉈 제조업 부활을 부르짖고 있다. 박홍석 교수는 “제조업이 결국엔 국가의 성장 동력이고 사회 안전망이라는 생각에서 주요 국가들이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스마트 아메리카’ 중국의 ‘중국제조(中國製造)2025’ 계획 등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겨냥한 국가 정책들이다. 박 교수는 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산업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게 요지인데, 이 정책을 하기 전 10년 전부터 관료 뿐만 아니라 산업 및 기관 등 각계 참여자들이 모여 고임금 국가를 위한 생산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정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도훈 원장은 ”정부가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기업과 시장 참여자가 함께 참여하는 장을 펼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곧바로 리드하려고 해서 접근방식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독일의 경우 사회 이슈가 생기면 노동조합도 가세하고 야당이 중재에 나서는 등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는데, 우리는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보니 다른 나라의 잘 나가는 정책을 벤치마킹만 하려는 건 같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우리의 제조혁신 3.0의 경우도 다른 나라의 잘 나가는 산업 정책을 모두 갖고 온 느낌”이라며 “이게 바로 전형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ㆍ시장 선도자)‘ 따라하기“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식 미국식 일본식 다 따라가다 보면 일관된 방향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관섭 차관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간의 선제적인 투자를 촉진하면서 프로젝트 별로 ‘일대일 전담 지원관’을 지정해 투자 결림돌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업종별 민간협의체를 통해 자발적인 사업재편 논의및 공감대 확산을 지원하면서, 정부내 협의체를 통해 추진방향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라보, 핵심요소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기업은 어떤 혁신을 해야 할까. 김 원장은 우리 기업이 콜라보(협업)를 추진해야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은 전자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자기의 기술력으로 콘트롤 하는 분야가 굉장히 적다. 애플은 제품 기획력을 가지고 중국ㆍ대만ㆍ한국 등지의 제조업체와 콜라보를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의 경우 내부화ㆍ내재화가 특징이라며 기획도 부품생산도 조립도 모두 직접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김 원장은 앞으로 세계의 뛰어난 업체와 콜라보를 잘하는 것이 우리 산업을 퀀텀점프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한국 산업의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이라 해도 기술력을 쌓아온 게 아니라, 대기업이 산업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부품을 만들 중소기업을 모집하는 구조”라면서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역동성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과 관련해 ”신산업이라는 것이 전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인프라에 경쟁력을 만들어 붙여줘 부와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산업을 관리할 수 있는 핵심요소기술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를 통해 제조업 고도화가 이뤄지면 자동적으로 퀀텀점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업이 잘 하는 분야에 올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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