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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임계약 불가…로보 어드바이저 그림의 떡
자산관리도 이젠 로봇이…현황과 문제점은…

핀테크시대 각광 불구 각종 걸림돌 많아
내 자산을 기계가 관리? 인식도 큰 장애물


인간이 아닌 컴퓨터 시스템이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는 최근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서비스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고 시장 상황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이 자동으로 개인 맞춤형 자산 배분을 해주면서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이미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일임계약‘이 불가능한 우리의 현행 규제 환경에서는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느 한 부분에서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만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트랙레코드(실적)가 전무한 상태의 기계를 과연 금융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을지, ‘몰빵형(집중 투자)’ 투자를 선호하는 우리네 투자 성향을 극복할 수 있을지 등도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비대면 일임계약 불가…가장 큰 허들=인공지능에게 투자를 맡기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투자자는 우선 증권사 또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의 사이트에 접속해 다섯가지 안팎의 설문을 통해 위험 성향을 진단받는다. 이어 투자자금의 성격, 금액,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투자자와 일임계약을 맺으면 된다.

문제는 바로 이 ‘일임계약’에 있다. 현행 규정상 비대면, 즉 온라인 일임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매수나 매도를 할 수 없다.

비록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대면 계좌 개설 등 유리한 규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일임계약에 대해서는 정부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대일 맞춤형 계약이라는 투자일임계약의 속성을 감안할 때 비대면 일임계약체결 허용은 투자일임업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비대면 투자일임계약 허용이 자칫 형식적 투자자 성향 파악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시행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업계 일부에서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활성화 했으면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 여부와 현실 도입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벤처기업인 쿼터백랩은 국내 최초로 로보 어드바이저를 내세워 투자자문회사 등록을 신청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투자자문업 인가가 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 일임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증권사 지점을 통해 고객과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쿼터백랩 측은 “현재로서는 증권사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은행 PB들을 상대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간접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빵형 투자 성향, PB는 공짜라는 인식…넘어야 할 산 많아=하지만 일각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이같은 규제상의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장애물도 많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한국의 투자자들이 과연 기계에 의존하는 투자자문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이다. ‘컴퓨터 운명감정’도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판에 내 돈을 맡기는 일을 과연 컴퓨터에게 온전히 맡길 수 있냐는 문제다.

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여러가지로 분산투자하고 이 마저도 해외와 국내로 또 나눠지는 등 일반인에게는 복잡하다. 특히 몰빵형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다는 점도 활성화의 걸림돌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경우 절세효과가 있고, 개인연금이 로보어드바이저로 흘러가는 등 우리와 다른 현실과 투자성향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와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라이빗 뱅킹(PB)은 공짜라는 인식 등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까지 아직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에선 자산관리서비스가 무료란 인식이 강하다. 자칫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근영 한국금융시스템협회장도 “한국은 검증이 안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많다. 실적이 쌓이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고객을 모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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