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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자 위작 공방’ 법정 소송으로 번질까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공방이 법정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천 화백의 큰 딸을 제외한 장남 이남훈 씨, 차녀 김정희 씨, 사위 문범강 씨, 차남 고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씨는 9일 변호사 배금자 씨를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하고 ‘미인도 위작 시비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가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고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통보했다. 

위작 논란에 휘말린 ‘미인도’.

이들은 성명서와 함께 1991년 4월 11일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의 감정 확인서에 ‘감정 결론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과, 당시 일부 언론의 보도를 증거 자료로 배포하며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했다.

정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1991년 4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이 터지기 전인 1990년 1월, 금성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근대미술선집에 그의 그림이 흑백 도판으로 이미 수록돼 있었고, 위작범인 권춘식 씨가 1984년에 천 화백 그림을 위작했다고 주장했지만 미인도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온 것은 그보다 앞선 1980년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은 천 화백 유족들의 성명서 전문. 


천 화백 유족들이 배포한 한국화랑협회 감정 확인서 사본.
천 화백 유족들이 배포한 1991년 당시 일부 언론 보도 내용.

<미인도 위작시비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명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며 현 화랑협회 산하 감정협회 소속 정모 평론가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고인이 된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데 대해 한도가 지나쳤다고 판단,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KIST가 발표한 검증 결과는 1991년 당시 한국일보(4/19), 스포츠조선(4/16) 등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현대미술관측으로 부터 안료검사를 의뢰받은 KIST는 안료에 대한 성분 분석은 가능하지만 “이 안료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안료검사만으로 문제의 미인도에 대한 진위파악은 어럽다는 사실을 이미 국립현대미술관측에 통보했다”고밝혔습니다. 당시 제출된 자료로 진위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증 결과였습니다.(첨부자료 참조)

정씨의 이러한 조작, 사실 은폐 행태는 91년 미인도사건 당시 현대미술관과 화랑 협회 산하 감정협회에서 천경자 화백을 탄압하려고 벌인 일련의 비논리적인 언행(당시 사태엔 천경자 화백의 소위 직계제자라는 화가까지 가세)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습니다. 이는 천경자 화백 고인을 다시 한 번 모독하는 일입니다.

일부 언론이 1991년 당시 보도를 확인도 하지 않고 정씨의 그런 주장을 사실인 양 함부로 유포하는 행태 역시 개탄할 일입니다.

당시 감정협회의 결론은 “ … 우리의 감정 결론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확증적인 위작 경위가 밝혀질 수 있다면 받아들일 것입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현대미술관측도 미인도를 그린 위작범이 나타난다면 미술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것이라고 1991년 4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천명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부 인사들은 당시 미술계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었는가 성찰하려는 태도 대신,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사람의 양심선언 및 증언, 그를 심문했던 전 검사의 증언이 나왔는데 이를 계기로 오히려 다시 한번 작가를 짓밟고자 나서고 있으니 유족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진실 규명에 동참할 것입니다.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스스로 선언한 권춘식 씨의 증언(“당시 천 화백은 눈동자에 금분을 쓰는데 나는 싼 노란 물감으로 채색했다”)을 반박하기 위해 정씨는 “천경자가 인물의 눈동자에 금분을 쓴 것은 80년대 중후반 이후에 나타나는 기법이다. 70년대 천경자는 인물 눈동자에 금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1977년 무렵 많은 여인상에 이미 금분을 사용하였습니다(첨부 이미지 참고). 이런 식으로 전문적인 사실을 잘 알 수 없는 국민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그의 이력으로 보아, 나름대로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간주되는데 학술적인 연구도 하지 않고 의도된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는 저의가 몹시 궁금합니다.

정씨는 또, 1990년에 출판된 금성출판사의 ‘천경자/장우성 화집’에 소위 미인도가 작은 흑백사진으로 포함된 것을 자신이 후에 발견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자료는 이미 현대 미술관에서 1991년 4월 11일 기자회견 후 공개된 참고자료 중 일부로 제시되었습니다.

그 화집이 발간되기까지 현대 미술관 측에서 미인도를 1980년 4월부터 10년간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화집제작시 현대미술관 측에서 미인도 사진을 출판사에 제공한 것이었기에 화집을 참고자료로 제시는 했지만 떳떳이 거론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씨는 흡사 천경자 화백이 출판사에 슬라이드를 제공한 것처럼 시사했습니다. 천경자 화백이 창작하지 않은 그림이기에 당연히 슬라이드는 천 화백에게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당시 현대미술관 측 정황에 대해서는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씨는 또 천경자 화백이 주로 이용하던 표구점이었던 동산방의 일련번호가 미인도 뒤에 기입돼 있다는 조작된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1991년 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가 기자회견 때, 마치 크나 큰 증거인 듯 제시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련번호 운운하며 국민을 오도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정씨가 1991년에는 미술관측에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새로운 번호가 존재한다며 사진이 있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일련번호’에 대해선 1991년 동산방 주인 고 박주환씨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자료가 유족이 보유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주환씨는 당시 감정위원이기도 했습니다.

정모씨의 발언이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기에,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어 유족들이 차후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립니다.

마지막으로,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유족들은 충실히 협조할 것임을 새삼 알려 드리며 정씨와 일부 언론은 허위사실 유포를 중지하길 촉구합니다. 2015. 11. 9.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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