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개인취향 위주로 관계재편
업사이클링·공유소비·벤모 등도 눈길
미래변화속 ‘선택의 순간’마주할수도
‘그들의 은밀한 취향’‘강한 새우’‘엣지 스몰족’….
미래예측가들이 내놓은 2016년 트렌드 키워드들이다.
변화의 가속화, 불확실성의 증대 속에서 우리 사회는 개인들의 취향이 더 다양해지고, 기업은 이렇게 저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채워줘야 하는 시장환경에서 고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키우거나 자신이 가진 자원을 나누는 공유경제의 시장이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2016 핵심 모바일 제품이나 키워드가 무엇이 되겠느냐는 질문은 크게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개개인의 사용자가 모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서비스 혹은 상품은 개발될 것이고 개발 주체는 이전과는 달리 1~2명의 멤버로 구성된 스타트업에서 기존 시장의 큰 손까지 다양할 것이다.”(‘빅 픽처 2016’에서) |
2016년 우리 사회는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2016 트렌드책들을 살펴봤다.
라이프 트렌드 2016 김용섭 지음 부키 |
남들이 다 하는 건 유행일 뿐,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진짜 고수들은 취향을 숨기며 즐기다 남들이 따라오면 다시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찾아 떠난다. 가령 “나만 알고 싶은 밴드인데 유명해져서 싫다”는 혁오밴드의 팬들은 제멋에 사는 힙스터다. 이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2016년에는 더욱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구족’(九族)이 판을 칠 전망이다. 즉 ‘웰족’(Well족:순리파),‘힙스터’(Hipster:시크파),‘영올드’(Young-Old:젊은 40대),‘메이커’(Maker:창조파),‘엣지 스몰족’(Edge SMALL족:작지만 특별한 가치추구족) 등이다.
웰족은 잘 살자는 웰빙 차원을 넘어 관계의 중심에 나를 두는 웰네트워킹으로 분화중이다. 특히 SNS에서 많은 ‘가면’을 경험한 2030들이 웰네트워킹에 더 적극적이다, 친목과 인맥이 주목적이던 동호회에서도 오로지 취미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웰족과 공통분모를 지닌 ‘슬로족’은 슬로시티, 슬로 패션에 이어 슬로TV로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방송이 무려 7시간20분 동안 달리는 기차를 찍어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냈는데 이 방송이 경쟁사의 인기 정상 오디션 프로그램을 누르고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 게 한 예다.
‘영올드’ 40대는 우리 사회 중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 40대가 된 이들은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로 불린다.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를 떠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 가정과 기업, 다른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중심세대로 이들의 행보에 따라 우리의 정치사회 지형이 달라질 전망이다.
취미가 밥벌이가 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콘텐츠 창조자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덕후가 곧 ‘테이스테셔널’(취미전문가)이 되고 그 전문성이 직업과 하나의 산업으로 버젓이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와 소비 측면에서도 취향 소비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 일상에 들어온 로봇, 자급자족에서 기회찾기, 절박함과 생존 욕구에서 기회 찾기, 플랫폼 시대 등에서 비즈니스는 새롭게 열릴 것이란 예측이다.
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 코트라 지음/ 알키 |
▶‘재생’을 넘어 재창조하라…‘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코트라(KORTRA) 무역관이 전세계 85개국에서 모은 2016년 우리가 주목해야 할 12가지 트렌드 가운데 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재창조 움직임이다. 버려지는 물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을 넘어 폐기되는 물건을 전혀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이 대세다. 미세먼지가 예쁜 큐빅 반지와 커프스링크로 변신하고, 폐타이어가 음질좋은 스피커로, 상한 과일이 명품백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세상의 룰을 깨고 성공한 디스럽터(Disruptor)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식사와 관광을 한번에 해결하는 트램 레스토랑, 엄숙한 박물관에서 새벽까지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며 명작을 감상하는 뮤지엄 나이트 등 상식을 살짝 비트는 상품들에 소비자들은 환호한다.
여성전용 자전거숍, 강과 호수 위 선상사우나 등 고래를 능가하는 ‘강한 새우’(MightyShrimp)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착한 방법,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은 독특하고 다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다가가기 좋다. 레스토랑의 유리벽을 둘로 나눠 한 쪽에는 일반 손님, 한 쪽에는 노숙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노숙자에게 한끼 식사가 제공되는 듀얼 레스토랑 식이다. 모바일화에 따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온디맨드’ 시대는 바야흐로 꽃을 피울 전망이다. 우버 택시와 세계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에어비앤비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공유경제는 앞으로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소비자 접촉을 위해 ‘온라인+오프라인’ 혼합숍도 늘고 있다. 가령 미얀마의 데일리마트는 편의점, 마트, 동네 과일판매점 등과 제휴, 온라인 주문시 즉시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벤모해’는 모바일사회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벤모(Venmo)는 개인간 모바일 결제와 소셜네트워크의 기능이 통합된 모바일 앱. 식사 후 더치 페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지급해야 할 돈을 모바일 앱으로 송금하라는 뜻이다. 개인 간 모바일 결제를 활용하면 개인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현금지급기를 찾아 인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전자지갑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빅 픽처 2016 김윤이 외 지음 생각정원 |
이들이 2016년 핵심 이슈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특이점’. 기존의 가치 혹은 기준점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고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때이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기준을 창안해낼 수 있는 지점이자 무엇이든 가능한 지점이기기도 하다. 특이점의 지형도를 파악하는 것이 곧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시기에 주도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일이다.
특이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술발전이 경제 생태계를 급변시키는 모습이다. 핀테크와 모바일 중심의 소비는 금융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드론의 상용화는 무인시대를 열고 있다. 무인시대는 산업구조와 일자리에서 대규모 변화를 예고한다. 통상적이고 틀에 박힌 일을 하는 자리는 감소하고 무인이동체 제조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용 인력, 이동시간에 활용 가능한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 새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문화로 대표되는 신경제는 더욱 가속화한다. 사무실이나 주차장 등 남는 공간을 공유하거나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 다른 이에게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식사를 공유하는 서비스 등이 한예. 이는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유무형 자산을 거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실행에 앞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2016년에는 경제 못지 않게 사회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구제 개편, 메르스에 이은 새로운 전염병에 대비할 필요성 등 다양한 특이점들이 등장,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