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때 시카고심포니 협연 세계적 스타로
윤디 리는 18세때 쇼팽콩쿠르 최연소 우승
유자 왕, 보스턴심포니 협연 뒤 신데렐라로
[헤럴드경제 = 신수정 기자] 지난달 내한공연에서 형편없는 연주로 논란을 일으킨 윤디 리는 랑랑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 피아니스트다. 포브스차이나에 따르면 지난해 랑랑은 70억원, 윤디 리는 50억원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수입을 올렸다. 중국은 이들과 같은 스타 연주자들을 잇달아 배출하고 미국의 유명한 음악학교 줄리어드의 분교를 유치하는 등 클래식음악의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출신 대표 피아니스트 랑랑과 윤디 리=포브스차이나는 지난 5월 중국의 ‘100대 유명인사’ 순위를 발표했다. 지난해 1억2800만위안(약 230억원)을 벌어들인 배우 판빙빙이 1위를 차지했고 주걸륜(1억150만위안), 사정봉(7750만위안), 성룡(9600만위안), 황효명(7900만위안)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가운데 랑랑이 4150만위안(약 74억원)으로 64위, 윤디 리가 2940만위안(약 53억원)으로 9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33살 동갑내기인 두사람은 전세계를 순회하며 활발한 연주, 음반 판매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가운데 윤디 리는 지난달 쇼팽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도중 안젤라 베이비와 황효명의 결혼식에 참여하느라 3일동안 사라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윤디 리는 황효명과 오랜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디 리는 이어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시드니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실수를 연발해 일부 관객들의 환불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할로윈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더욱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윤디 리와 랑랑의 잇단 내한 공연 소식에 들떠있던 국내 클래식팬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랑랑은 오는 12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열 예정이다.
랑랑은 중국 악기 얼후를 연주하는 아버지와 공장 노무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5세에 선양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13살에는 차이콥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랑랑은 17세에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미국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랑랑을 포함시켰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랑랑이 연주하는 모습은 전세계 5억명이 지켜봤다. 그는 2009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위한 연주를 했다.
랑랑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어린 피아니스트들도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노 제작사 스타인웨이는 사상 최초로 연주자의 이름을 붙인 ‘랑랑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출시하기도 했다.
랑랑은 이달만 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를 오가며 숨가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앨범도 적지 않게 발매했는데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4번 음반은 클래식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 2010년 랑랑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소니로 이적할 당시 계약금 300만달러(약 34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랑랑이 펴낸 자서전 ‘천 마일의 여정’은 7개 언어로 출판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철강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윤디 리는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18세에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15년간 공석이었던 우승자 자리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올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들과 함께 협연했다. 그는 2007년 중국인 최초로 베를린필과 함께 녹음했다. 윤디 리는 고급시계 브랜드 롤렉스, 나이키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클래식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랑랑, 윤디 리에 이어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유자 왕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유자 왕은 2007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 당시 아르헤리치가 사정으로 불참하자 대신 무대에 올랐다. 유자 왕은 이날 공연에서 호평을 받으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초미니스커트에 킬힐을 신고 연주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중국 출신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제2의 랑랑’을 키워내려는 교육열이 뜨겁다. 특히 중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에서는 3000만명이 피아노를, 1000만명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피아노의 55%가량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다. 중국 통계국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피아노 시장은 2013년 1조원 규모에서 2018년 3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등 주요 외신들은 중국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 여사의 줄리어드음악원 방문을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줄리어드음악원는 2018년 중국 천진 캠퍼스를 열 예정이다. 줄리어드음악원 개교 이래 최초이자 유일한 분교다.
FT는 “줄리어드 천진 캠퍼스는 중국 ‘타이거맘’과 그들의 자녀의 요구에 따라 기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한국 학생들도 거리가 가까워서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은 클래식 교육 열풍과 함께 중국에서는 클래식 공연장 건설도 붐을 이뤘다. 각 지방 정부가 수십억위안씩 들여 공연장을 짓고 베를린필, 뉴욕필, 런던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을 앞다퉈 유치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국가대극원(NCPA)의 경우 6년 동안 30억위안(약 5400억원)을 들여 지은 공연장이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가대극원에서는 지난해 910회 공연이 이어졌고 관객 92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SCMP는 “중국은 훌륭한 공연장을 갖추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관객들은 공연 도중에 휴대폰 카메라로 플래시를 터트려 사진을 찍고, 손톱을 깎는 등 매너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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