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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증권거래소를 점령한 패션쇼·車전시장…쇼를 하라, IPO
첫상장 축하 세리머니 기발한 이벤트 등장
패션브랜드 ‘익스프레스’거래소앞 런웨이 설치
GM·페라리 자동차 전시 위용 과시
핏빗, 대규모 인파 ‘집단체조’로 장관 연출 등
기업들 화려한 ‘상장쇼’로 브랜드 홍보도 한몫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김현일 기자] 미 뉴욕 증시에 기업이 ‘간판’을 거는 날이 되면 뉴욕증권거래소 안팎은 시끌벅적해진다. 첫 상장을 축하하기 위해 장내외에서 각종 세리머니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뉴욕거래소 앞에 전시된 페라리 차량들(시계방향).2010년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펼쳐진 익스프레스의 상장 기념 패션쇼. 힐튼 상장 당시 샤워가운을 입고 거래소에 등장한 크리스토퍼 나세타 CEO. 버거킹 재상장 때 왕관을 쓰고 거래소에 나타난 경영진.

무엇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오너가 직접 거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리는 ‘타종행사’다. 이날 만큼은 평소 언론 노출을 꺼렸던 회사의 오너도 현장을 찾아 상기된 표정으로 첫 상장을 지켜본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그 기쁨을 시민들과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날 단 하루 기발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그동안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에서 펼쳐진 기업들의 화려한 ‘상장쇼’를 모아봤다.

거래소 앞에서 펼쳐지는 ‘쇼ㆍ쇼ㆍ쇼’=패션 브랜드 ‘익스프레스(Express)’는 지난 2010년 5월 14일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해라 이날의 상장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역시 패션기업답게 익스프레스는 거래소 앞에 런웨이를 설치해 시작 전부터 흥겨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윽고 익스프레스의 가을 신상품을 착용한 모델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캣워크’를 선보이자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덕분에 익스프레스는 상장사로서 브랜드를 제대로 홍보하며 이벤트를 성대하게 치렀다.

20~30대를 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익스프레스는 현재 마이클 웨이스(Michael Weiss) 전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최대주주로 있다. 그의 자산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해 740만달러(한화 약 84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기업이 상장하는 날이면 거래소 앞은 더욱 화려해진다.

2009년 상장 폐지됐다가 1년 만에 뉴욕 증시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GM(General Motors)’은 당일 거래소 앞으로 자사 브랜드의 자동차를 총출동시켜 위용을 과시했다. 한때 경영 악화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하며 치욕스러운 시간을 보냈기에 이날 행사를 바라보는 GM 임직원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댄 애커슨(Dan Akerson) 당시 CEO도 거래소 앞에서 들뜬 표정으로 직접 쉐보레 카마로를 운전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Ferrari)’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21일 기업공개(IPO)를 한 페라리는 초호화 슈퍼카들을 대거 끌고 와 거래소 주변을 모터쇼 행사장으로 만들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수억원짜리 슈퍼카들이 한데 모인 광경에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사진찍기에 바빴다. 이날 상장으로 창업주의 아들인 피에로 페라리(Piero Ferrari) 부회장은 자산이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뛰어올라 억만장자가 됐다.

지난 해 상장일에 맞춰 뉴욕거래소 앞에 착륙한 CHC 그룹의 헬리콥터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지난 해 1월 상장한 세계 최대 헬리콥터 대여업체 ‘CHC 그룹’은 아예 헬기를 거래소 앞에 세워 놓아 눈길을 끌었다. 뉴욕 한복판에 헬기가 착륙해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날 CHC 그룹은 자신이 ‘월가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

올 6월, 핏빗 상장일에 맞춰 뉴욕거래소 앞에서 펼쳐진 집단체조

올 6월,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업체로는 최초로 뉴욕증시에 입성한 ‘핏빗(Fitbit)’은 이보다 더 화끈한 축하 이벤트를 벌였다. 거래소 앞에 몰려든 대규모 인파가 ‘집단체조’를 하며 장관을 연출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손목에 자신의 운동량을 체크해주는 핏빗 제품을 착용하고 있었다. 

유명 헬스 트레이너 할리 파스테르나크(Harley Pasternak)와 여배우 조다나 브류스터(Jordana Brewster)까지 등장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핏빗으로선 회사 브랜드와 제품 기능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자리였다. 창업자 제임스 박(James Park)도 이날 상장으로 자산이 6억달러(약 6600억원)까지 치솟으며 차기 한국계 슈퍼리치 대열에 합류했다.

경영진 ‘몸 개그’로 장내 웃음바다=깜짝 이벤트는 장내에서도 이어진다.

블레이크 어빙 고대디 CEO

2013년 12월 상장한 도메인 업체 ‘고대디(Godaddy)’의 블레이크 어빙(Blake Irving) CEO는 자사 로고 모양의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해 시종일관 폭소를 유발했다.

어빙 CEO처럼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고 뉴욕증시 입성을 즐겼던 경영진은 또 있다.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Burgerking)’의 베르나르도 히스(Bernardo Hees) CEO는 2012년 6월 재상장 당시 동료 경영진들과 머리에 왕관을 쓰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버거킹 경영진들은 계속 왕관을 쓴 채 장내를 활보해 버거업계 ‘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호텔체인 중 하나인 ‘힐튼(Hilton)’은 어떤 퍼포먼스를 준비했을까?

2013년 12월 상장 당시 크리스토퍼 나세타(Christopher J. Nassetta) CEO를 비롯한 힐튼 경영진은 샤워가운을 걸친 채 거래소에 등장했다. 순백의 가운 하나로 최고급 호텔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드러낸 이들은 장내 사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연걸이 뉴욕거래소에?=깜짝 이벤트 하나 없이도 ‘명장면’을 남긴 기업들이 있다.

지난 해 9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상장을 지켜보기 위해 뉴욕거래소를 찾은 마윈(馬雲) 회장은 현장에서 스타 못지 않은 관심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이 자리에 ‘진짜 스타’가 등장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중화권 최고의 액션배우 리롄제(李連杰ㆍ이연걸)였다. 두 사람이 거래소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국인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지난 해 알리바바그룹 상장 당시 뉴욕거래소를 찾은 이연걸과 마윈 회장

사실 마 회장과 이연걸은 이전부터 꽤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작년 5월,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홍콩 영화사 원화중궈(文化中國)의 사외이사로 이연걸을 선임한 바 있다. 게다가 태극권 신봉자로도 유명한 마 회장은 이연걸과 함께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에 태극권 교육원을 열기도 했다.

2013년 11월, 트위터 상장 당시에도 현장에서 매우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와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 비즈 스톤(Biz Stone), 이 세 남자가 모처럼 한 자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09년 타임지가 주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파티장에서 찍힌 사진 이후 공식석상에서 세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 비즈 스톤, 에반 윌리엄스(왼쪽)

그 배경엔 세 사람의 불화가 있었다. 그동안 세 사람은 잦은 갈등을 겪으면서 사이가 멀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잭 도시는 에반 윌리엄스와의 권력다툼에서 밀려 회사를 잠시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상장 당일 세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귀한’ 사진을 남겼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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