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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 <21> 바레인]‘아랍의 봄’에도 건재…인권탄압·철혈통치‘하마르 왕’
의회 철저히 장악 ‘권력의 도구’로 활용
하마드, 전제정치하며 군주서 왕 격상
반정부 시위 폭력진압…고문도 일상화
지배층 수니파-다수 시아파 충돌 여전
비둘기파 왕세자에 ‘희망’의 목소리도



150년 가까이 영국의 영향력에 순종했던 알 칼리파 왕실이지만 내부권력에 대한 집착은 강력하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바레인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합쳐질 뻔 했다. 하지만 당시 군주였던 이사 빈 살만 알 칼리파는 카타르와 함께 이를 거부한다. 대신 그는 의회를 설치, 입헌군주제를 실시하며 독립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킨다. 하지만 이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전술이었다. 독립한 지 4년만인 1975년 이사 국왕은 국가안보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의회를 해산하고 전제정치를 펼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바레인에선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소수의 수니파 왕실에 대항하는 다수의 시아파 세력, 자유주의자, 좌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합세해 시위를 주도했다. 이 때 일어난 바레인 시민운동을 ‘인티파다’(민중봉기)라고 부른다. 원래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봉기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봉기ㆍ반란ㆍ각성을 뜻하는 아랍어다. 1994년 대규모 시위, 1995년 쇼핑몰 폭탄테러, 1996년 호텔 폭탄테러 등이 잇따르면서 바레인은 극도의 혼란을 겪는다.

1999년 3월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이 즉위한다. 신임국왕은 즉위 초 대사면령을 내리고, 2001년 의회를 재소집하는 국민투표를 붙이며 민심을 얻는다. 국민들은 98%가 넘는 찬성으로 환호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하마드 국왕의 ‘이벤트’였음이 드러난다.


2002년 소집된 의회는 절반을 국왕이 임명했다. 군통수권과 관료 임명권까지 모두 왕이 가졌다. 허수아비 의회였던 것이다. 전제정치 체제에서 총리로서 국정을 총괄하던 삼촌(이사 국왕의 동생)을 의회를 통해 견제하면서 왕권만 더 강해졌다. 의회 소집과 함께 하마드 국왕은 내각에 대한 인사권을 완전히 장악한다.

이는 이 해 하마드 국왕은 스스로에 ‘아미르(Amir)’ 호칭 대신 ‘말리크(Malik)’를 붙인데서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신분을 ‘군주’에서 ‘왕’으로 격상시킨 셈이다. 상당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하마드 국왕의 권위는 채 10년이 가지 않아 다시 도전을 받는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의 물결이 2011년 2월 바레인에도 찾아왔다.

시위는 처음엔 평화적으로 진행되다 경찰의 진압으로 4명의 시위대가 숨지면서 격화됐다. 시위대 규모는 15만 명까지 늘어났고 하마드 국왕은 3개월의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걸프협력회의(GCC) 군대를 요청한다.

전체 인구의 10%에 가가운 1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는 2012년 3월에도 이어졌다. 이해 4월까지 숨진 이들은 80명, 체포된 이들은 약 3000명이다. 5명은 고문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 지배층 순니파와, 다수 피지배층 시아파의 충돌로 바레인은 오랜 기간 세계 인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0년까지 고문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바레인의 인권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바레인 내 주요 인권단체의 소셜미디어 차단, 언론에 대한 검열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11년 하마드 국왕을 ‘미국의 불쾌한 우방’ 8명 중 3위에 랭크시키며 ‘미국이 지원하는 나쁜놈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지난 2월에는 아랍의 봄 4주년을 기념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바레인의 아랍의 봄은 끝나지 않은채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하지만 바레인 차기 지도자에 희망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2011년 영국 BBC는 칼리파 가문 내부 관계자를 인용, 아랍의 봄 당시 칼리파 빈 살만 총리는 매파적인 성향을 보인 반면, 살만 왕세자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학자풍의 살만 왕세자는 장학재단을 설립, 바레인이 인재양성을 후원하고 있다. 주로 경제관련 일을 맡은 살만 왕세자는 해외자본 유치 임무도 담당해 세계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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