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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민 출근길에 인사시킨 아파트 주민들
[HOOC=서상범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 논란입니다. 사진 속에는 경비원 복장을 한 노년의 남성이 아파트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5일 이 사진을 올린 이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이 두 달 전부터 지하철 연결 통로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입주민 출근길에 인사를 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글쓴이는 “나이가 지긋하신 경비분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통로를 지나는 한사람 한사람 끝도 없이 고개숙여 인사하는걸 보니 이건 아니어도 한참 아니란 생각이 들어 고발한다”고 글을 맺었는데요.

또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은 대자보를 붙여 “아파트 동 대표들은 주민들에게 이 같은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그 경위를 밝히고 사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아파트 측은 “의무적인 것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아시는 분이 지나가면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린다”고 해명한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히 을의 입장인 경비원들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입주자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참고 넘어가야 하는 경비원들의 현실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일부 입주자들의 도넘은 행위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상습적인 폭언과 멸시에 괴로워하다 분신을 기도해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도배업자 출입을 막지 못했다”며 경비원에게 사과문을 요구해 파문이 일기도 했죠.

이는 통계로도 입증이 되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2013년 경비원 874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 실태 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의 33%가 언어폭력과 정신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경비원의 연령이 높을수록 더 많은 괴롭힘을 당한다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인권위 조사에서 50대 후반의 경비원은 16%만 언어폭력을 당한 반면, 60대 후반은 35%, 70대 이상은 39%가 언어정신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신체적 폭력 역시 당하는 경우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택배 문제로 입주자대표와 갈등을 겪었던 경비원이 “사표 써라”는 말에 격분해 입주자대표를 살해한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경비원들을 일종의 하인처럼 부리는 일부 사례가 가능한 것은 이들의 열악한 고용환경 때문입니다. 26만명이 넘는 전국 경비원들의 96%가 비정규직이고, 특히 아파트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경비업체와 용역계약을 맺는데, 이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회의의 권한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계약 갱신을 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의 평판 평가도 진행하는 곳도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의 작은 문제제기에도 떨어야만 하는 철저한 을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경비원들의 근무여건과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아파트 주민들도 있지만, 결국 이러한 비용이 관리비의 증가로 귀결되다보니 이를 전체 주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 역시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택배를 수령하는 일이 잦다보니 경비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많은데요. 최근 저희 아파트 경비원 분과 나눴던 대화를 전해드리며 끝을 맺으려 합니다.

60대 초반의 경비원 분은 “제가 아파트 경비로 근무한 지가 6년이 넘었어요. 일요? 힘들죠. 갈수록 인력은 줄이려고 하고, 택배나 재활용 쓰레기 관리 등 일은 늘어나고. 하지만 일에 치여 힘이 들더라도 주민분들의 고생하신다는 한마디, 시골에서 부모님이 음식을 보내주셨다며 맛보시라고 나눠주시는 마음이면 이 일도 할만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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