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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衣食住 vs. 食衣住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었다(食). 선악에 눈을 뜨니, 알몸이 부끄러웠다. 나뭇잎으로 가렸다(衣). 정착지인 집(住)은 한참 뒤에나 나온다. 이 순서라면 ‘식의주(食衣住)’가 맞다. 상식적으로도 식(食)이 가장 원초적 본능이다. 영어 표현은 이를 따른다. ‘food, clothing, and shelter’다. 음식이 귀한 북한, 음식을 중요시하는 중국도 ‘식의주’라고 쓴다.

그런데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로 쓴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체면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유교문화 영향이라는 유추가 있다.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 ‘의식주’ 이외에 한국어(한자)와 영어의 몇몇 표현 차이는 흥미롭다. 


우리는 ‘빈부(貧富)’라 하는데 영어는 ‘rich and poor’다. 다들 알다시피 ‘신사숙녀(紳士淑女)’는 ‘ladies and gentlemen’이다. ‘신구(新舊)’도 순서가 바뀐 ‘old and new’다. 우리는 ‘전후(前後)’라 하지만 미국인들은 ‘back and forth’라 한다. ‘사활(死活)’도 ‘life and death’로 쓴다. .

드러난 대로만 유추하면 미국은 부자와 여자가 우선이다. 그리고 옛 것을 중시하고, 뒤를 돌아본다. 한국은 반대다. 빈자, 남자, 새 것을 배려 또는 중시하고, 앞만 보고 간다.

특이하게 ‘노소(老少)’는 ‘young and old’와 ‘old and young’이, ‘좌우(左右)’도 ‘right and left’와 ‘left and right’가 혼용된다. 한국에는 ‘소노(少老)’ 또는 ‘우좌(右左)’란 말은 없다. 연장자와 상급자를 중시하는 위계문화에 기인하는 듯하다. 동양에서는 왕이나 행사 주관자의 왼쪽이 상석이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위다. 역사교과서 때문에 재점화된 좌우 논쟁에서의 좌우는 좀 다르다. 프랑스 혁명 당시 진보파가 왼쪽에, 보수파가 오른쪽에 앉은 데서 유래했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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