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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65-下. 삼바축제 前 ‘해변의 카니발’…정열의 삼바춤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이번 주에 브라질을 떠나는데 아쉽게도 다음 주에 삼바축제가 있어서 축제 전 주의 분위기만 맛보게 된다. 꼭 삼바축제를 염두에 두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와서 못보고 가는 대신 작은 축제라도 맛보고 싶어서 유명한 관광지인 빵지아수까르(Pao de Acucar)를 포기하고 해변으로 간다. 호스텔이 코카바나카 해변 근처라 전철역을 찾아 메트로를 타고 이빠네마(Ipanema) 해변으로 향한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도 될 거리이지만 덥기도 하고 브라질의 메트로를 타보고 싶기도 해서 굳이 역을 이용해 본다.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메트로 안의 브라질리언들도 거의 이빠네바 해변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메트로에서 올라와 해변 쪽으로 나가는 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바지에 플립플랍을 신은 가벼운 차림이다. 주말에 해변으로 나들이하는 사람들의 편한 복장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더 느긋해 보인다. 이런 편한 광경들이 보이니 마음도 진정이 된다. 분위기 때문인지 긴장이 풀리고 여기는 선한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

사실 오후에는 빵지아수까르(Pao de Acucar)로 갈 계획이었지만, 날씨도 너무 덥고 마침 호스텔에 갔더니 오후 4시에 이빠네마 해변에 퍼레이드가 있다고 해서 해변으로 가는 것이다.


이파네마(Ipanema) 해안은 리오에서도 부촌인 곳이라 분위기도 좋고 치안도 괜찮다고 한다. 예쁘고 시원하게 옷을 차려 입은 소녀들이 머리에 화관을 두르고 퍼레이드 행렬을 기다리는 모습도 예쁘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섞여 흥겨워 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분명 작은 퍼레이드라 했는데도 거리는 대단한 축제인 듯 흥청거린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멀리서 음악이 들리고 드디어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작은 퍼레이드와 음악소리에 벌써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는 흥에 겨운 브라질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 흥겨움은 빠르게 여행자에게도 전염된다. 미동도 않고 쳐다보는 방관자인 내 어깨마저도 들썩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맥주회사에서 나와서 오늘하루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판다. 맥주 한 캔을 들고서 줄을 맞추어 퍼레이드를 따라간다. 음악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은 점점 흥겨워진다.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만 나오면 저절로 발걸음이 스텝으로 변한다는 브라질 사람들 맞다. 꼬레아에서 왔다고 하니, 엄지를 치켜세운다. 워낙 음악소리가 요란해서 긴 말은 필요 없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맥주 마시고 사진도 찍으며 축제를 즐긴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어울려서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작은 축제도 이럴진대 리오 카니발은 어떨까? 삼바 축제가 열리는 동안 광란의 도시가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퍼레이드에서 빠져 나와 바닷가로 가 본다. 이빠네마 해변은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Garota de Ipanema)’라는 보사노바로 유명하다. 삼바의 정열적인 리듬과 그윽한 보사노바의 리듬이 이 도시, 리오데자네이루 안에 있다.

작은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해변으로, 거리의 노점으로, 레스토랑으로 흩어진다. 고급주택가와 호텔이 있는 이빠네마 해변은 코카바나카 해변에 비해 안전한 지역이다. 노점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바다와 사람들을 본다. 한바탕 축제를 구경하고 와서인지, 이곳에서 편히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아침부터 곤두섰던 신경도 무뎌지고 있다.


이렇게 여행자의 하루는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해변은 사람들이 많다. 수영을 마치고 몸을 씻고 천천히 저녁을 먹은 후 신나게 클럽을 즐기려면 리오의 밤은 길고 하루가 끝나기엔 아직도 멀다.

다가오다가도 멀리 가버리기를 반복하는 파도를 바라보며 해변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다 이빠네마의 일몰시간이 된다. 바닷가에 해는 지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저편 산 중턱 마을의 백열등이 반짝이는 모습이 별무리 같이 아름답다. 한 달 전 페루의 해발 


3,800m 쿠스코에서 본 야경을 여기 브라질 해변에서도 만난다.

어둑해진 거리를 걸어서 호스텔로 돌아온다. 이 거리는 어둑어둑해도 관광객이 많아 불의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건너편에 신호 대기하는 버스가 들썩거린다. 아직도 흥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춤을 추며 목청껏 노래를 하고 있다. 리오의 토요일은 이렇게 흥청거린다.

노점의 팝콘을 사서 입에 넣으며 호스텔로 돌아간다. 온종일 치안 때문에 긴장했던 것에 비해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하며 걱정없이 밤거리를 걸어 도착한 호스텔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여행객 둘이 코카바나카 해변에 있다가 강도를 만나서 있는 것을 다 주고 놀라서 들어왔다는 것이다. 역시 리오의 밤은 여행자에게 만만하지는 않다.

밤이 늦을수록 좁아터진 호스텔은 찜통이 된다. 에어컨 켜놓은 방에나 들어가야 시원함을 맛볼 수 있지만, 3층 침대들이 빽빽한 도미토리는 너무 비좁다. 그나마 이 험한 도시에서 몸을 눕힐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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