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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글로벌]레몬시장에 갇힌 옐런…그녀에겐 답이 없다
재닛 옐런(Janet L. Yellen)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남편은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 MIT 교수다. 그는 2001년 ‘레몬시장(Market for Lemons)’ 이론으로 스펜스(A. Michael Spence),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보통 시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난다. 그런데 레몬시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면 품질이 나쁜 것으로 인식돼 수요가 줄어든다. 판매자가 가진 제품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구매자들이 가격하락을 품질하락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애컬로프 교수의 아내인 옐런 의장이 요즘 레몬시장에 발을 담근 듯하다. 연준은 2009년부터 세 차례 양적완화(QE)로 돈 값을 크게 떨어뜨렸다. 돈 값을 싸게 해서 더 많이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로 돈이 급했던 때는 주효했다. 그런데 급한 불을 끈 뒤 돈은 엉뚱한 데 쓰이기 시작했다. 투자와 고용확대가 아닌 자산가격 부양과 위험대비용 저축으로만 돈이 향했다. 돈이 풀리는 것을 그만큼 경제가 나쁜 증거로 이해하면서도, 금리인상이 자칫 자산가격을 떨어뜨릴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레몬시장은 연준의 오랜 금리정책 잣대인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까지 위협하고 있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소득도 늘어나는 게 필립스곡선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은 실업률이 떨어져도 실질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은 레몬시장의 극복사례로 꼽히던 곳이다. 구직자들이 이력이라는 ‘시장신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임금(가격)에 적임자(재화)를 구하는 구조여서다.

그런데 지금의 노동시장은 이와 반대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등으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QE로 풀린 돈은 자사주매입과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이나, 시장지위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주로 쓰였다. 새로운 고용,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미래투자는 거의 늘지 않았다.

기업들의 고부가 인력수요는 줄었지만, 저임금 인력의 필요성은 높아졌다. 비용절감에 도움이 돼서다. 노동시장은 기업이 제안하는 일자리를 구직자가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구조이기도 하다. 불과 얼마전 위기를 겪었던 학습효과가 상당하다. 구직자 입장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저부가 일자리로 소득이 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래다. 미래를 위한 기업투자, 미래를 위한 개인의 자기개발이다. 이는 효율 개선과 소득증가의 시작이다. 진정한 노동개혁은 일자리 질의 혁신이다.

10월 미국의 공개시장조작회의(FOMC)도 미지근하게 끝났다. 남편의 이론을 모를 리 없는 옐런 의장이다.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한 것은, ‘미래’를 심는 것은 연준의장의 몫이 아니어서다. 이제 더 이상 옐런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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