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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데이터] PC개척자에서 한국판 샤오미로…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루나’ 이전에는 ‘트라이젬’이 있었고, TG앤컴퍼니 이전에는 삼보컴퓨터의 화려한 역사가 있었다. 루나의 모델인 ‘설현’이라는 이름의 아이돌 스타보다는 ‘트라이젬’이 더 익숙한 30대 이상 세대에겐 삼보컴퓨터는 ‘잊혀진 신화’였다.

국내에 퍼스널 컴퓨터 시장을 열었지만, 급변하는 IT 기술ㆍ경영 시장에서 풍파를 견디지 못했던 삼보컴퓨터가 창업자 후손의 손에서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루나’는 그 증거가 됐다. TG앤컴퍼니의 이홍선 대표는 삼보컴퓨터 이용태 창업자의 차남으로 삼보컴퓨터의 후신인 ‘굿컴퍼니’를 거친 현 ‘TG삼보컴퓨터’도 이끌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용태 창업자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한 후 ‘트라이젬(Trigem)’이라는 브랜드로 PC를 생산하며 승승장구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과 통신 분야로 사업을확장하며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했다. 하지만 휴대폰 시장이 열리면서 회사는 몰락의 길을 갖다. 주력 PC 시장에서도 고전을 계속했다. 결국 2005년 법정관리, 2010년 워크아웃 등으로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채권단의 기업 분할을거쳐 창업자 차남 이홍선 대표는 지난 2012년 삼보컴퓨터의 영업, 마케팅 부문이었던 굿컴퍼니를 인수했다. 7년만에 창업자의 품으로 돌아온 ‘삼보’는 기사회생했다.

지난 여름 TG앤컴퍼니가 출시한 ‘루나’는 하루 2000여개 정도 팔리는 인기 상품이다. 적당한 사양에 저렴한 가격으로 금속 일체형이라는 디자인 트랜드를 따라간 결과다.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애플같은 덩치가 산만한 기성 회사들이 ‘수익성’, ‘차별화’,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했던 ‘따라하기’ 전략이 작은 회사에게는 성공의 비결이 된 셈이다. 지난해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휩쓸고 지나갔던 ‘샤오미’ 열풍의 한국판인 셈이다.

TG앤컴퍼니의 CEO 이홍선 대표는 최근 몇 년만에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재기의 비결로 “대중의 관심에 집중했다. 그 결과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10년 빨리 컴퓨터 세상의 도래를 알아보고 컴퓨터 회사를 만들어, 한 때 미국 시장까지 휩쓸었던 아버지,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것과는 다른 성공 방정식이다.

TG앤컴퍼니는 아직 작은 회사다. 대형 TV와 모니터를 만들고, 부업으로 스마트폰도 처음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연 매출도 100억원 수준에, 지배구조나 회사정보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기업’일 뿐이다. 이제 이 대표는 과거 IT 신화의 상징이던 삼보컴퓨터의 적통으로써,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

‘60만대의 스마트폰을 글로벌 시장에 팔겠다’는 그의 목표는 출발점이다. TG앤컴퍼니의 후발주자 전략이 성공한다면, 중국에 치여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산업, 나가서는 IT산업 전체에도 과거 삼보컴퓨터 이상의 ‘역활 모델’이 될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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