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로·전문가 초청 대리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여야가 퇴로없는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 날 각각 원로학자, 역사교과서 집필 교수를 초청한 간담회를 열어 대대적인 논리전쟁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원로학자인 송복 명예교수(연세대)와 박세일 명예교수(서울대)를 초청, ‘올바른 역사교육, 원로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불가피성을 알린다는 취지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 행사를 직접 계획하고 의원들에게 동참을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열의를 보였다.
두 명예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현행 검인정교과서의 이념편향성을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역사학자들의 이념 편향성을 꼽았다. 송복 교수는 “전체적으로 현행 교과서는 반(反) 대한민국, 친(親)북한”이라며 “국사학계는 진화 안 된 ‘갈라파고스’나 다름없다. 국사학자들 사관은 민족 대 반민족, 친미 대 반미, 민중 대 반민중 등 40~50년 전 얘기를 한다. 이런 사관으로 역사를 기술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화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 덜 나쁜 방법이다. 차선의 방법도 아니지만 덜 나쁜 방법인 국정화를 택해서 할 수밖에 없다”며 “필진이 10명이면 역사학자는 2명만 넣어야 한다. 역사학자들 무식해서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세일 교수는 현행 검인정 체제를 강화해도 역사교과서의 정상화를 이룰 수 없는 이유로 ▷ 학계의 이념적 카르텔 ▷이익의 카르텔 ▷역사 진실규명 작업 소홀을 제시했다. 그는 “국정화를 통해서만 친 대한민국과 자유주의적 균형을 가진 역사관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새정치연합도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연대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사교과서 대표집필진에게 듣는다’는 주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권내현 교수(고려대), 주진오 교수(상명대), 도면회 교수(대전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가지는 반민주성, 반시대성, 반헌법성을 문제로 거론하며 현행 검정체제의 보완ㆍ개선의 노력도 ‘역사학계’의 손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권내현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치인들이나 사회단체, 개인은 누구나 역사교과서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런 주장을 참고해서 편향성의 판단, 수정까지도 학계가 해야 할 일이다. 정치인들이 ‘내용이 편향됐다’며 고치라 혹은 알아서 고치겠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필교수들을 초청한 도종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특별위원장은 “많은 학자들은 황우여 부총리와 교육부 관계자들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며 “여당에서는 사회학자나 법학자를 불러놓고 이 엄청난 일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