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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시장 호황? 단색화 그들만의 잔치
김환기·박서보등 단색화 작가 활약올 낙찰규모 1000억원 돌파 전망국내 최대 미술 장터 ‘키아프’올 작품거래액 180억 ‘초라’단색화 대안·컬렉터 저변확대 과제
김환기·박서보등 단색화 작가 활약
올 낙찰규모 1000억원 돌파 전망
국내 최대 미술 장터 ‘키아프’
올 작품거래액 180억 ‘초라’
단색화 대안·컬렉터 저변확대 과제



한 쪽에선 ‘억’소리가 나는데 한 쪽에선 ‘악’소리가 난다. 한국 미술시장 얘기다. 올해 10월 한국작가 미술품 경매 최고가가 깨졌다. 서울옥션이 지난 5일(현지시각) 개최한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47억2100만원에 낙찰된 것.

미술계 일부는 장기 호황을 점치며 고무된 분위기지만, 한편에서는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원로 화가들과 극소수 메이저 갤러리만 이득을 취하는 구조에서 젊은 작가들과 중소 갤러리들의 소외감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키아프 개막 당일 코엑스 전시장 전경. VIP만 입장 가능한 시간대에 한가한 모습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미술시장 커져가는데…단색화 쏠림 심화=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해외 법인포함 낙찰총액)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다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띠는 모습이다. 2010년 924억원이던 시장규모가 2011년 902억원, 2012년 892억원, 2013년 721억원으로 줄어들다가 2014년 971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히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성장세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박서보, 정상화 등 단색화 작가들의 활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낙찰 총액인 414억원보다 59% 급증한 62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1000억원 시장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시장이 살아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단색화 영향이 컸다.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정창섭 등 ‘범’단색화 그룹으로 묶이는 원로 화가들의 작품 경매 총액이 상반기에만 248억원으로 전체 총액 중 39.3%를 차지했다. 특히 박서보는 3000만원 중반(2006년 기준)에 거래되던 작품이 최근 7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등 9년새 작품 값이 20배 가량 급등했다. 낙찰 총액으로만 봐도 8600만원(2006년 기준) 규모에서 올해 상반기 34억원에 달했다. 정상화 작품은 한해 낙찰총액 150만원(2005년 기준)에서 올해 상반기 44억원을 기록하며 10년만에 무려 2900배가 급증했다.

▶여전히 맥 못추는 키아프=이처럼 단색화 거래가 열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ㆍ키아프)를 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최근 막 내린 2015 키아프의 작품 거래액은 지난해 230억원보다 줄어든 180억원을 기록했다. 박우홍(동산방 대표) 회장 체제 이후 처음 열린 키아프는 전시 공간을 개선하고 VIP를 우대하는 등 해외 아트페어의 포맷을 벤치마킹하며 새로운 시도를 펼쳤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게다가 주최 측이 발표하는 총 거래액에 대한 화랑들의 신뢰도는 매우 낮았다.

키아프에서 3~4점 정도(잠정수치)를 판매했다는 A 화랑 대표는 “공식 발표된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도 단색화 갤러리들의 성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미술작품은 길게 보면 결실을 맺는다는 점에서 단색화 붐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지만, 2~3년 전에 비해서 딱히 온도감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B 화랑 대표는 “언론에 보도되는 판매액은 거짓말이다. 매년 부스비 정도만 간신히 건지는 수준이고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다행히 화랑 임대료를 내지 않는데다 자체 컬렉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그렇지 않은 화랑은 대부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색화 이후 대안, 컬렉터 저변확대 과제로=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 키아프에서 판매총액이 가장 높았던 부스는 국내 갤러리가 아닌 미국 휴스턴의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였다. 17억원 짜리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형 작품을 포함해 약 2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3억원 정도가 최고 판매총액이었다. 거의 한 점도 팔지 못한 부스도 10여곳이 넘었다.

정희철 한국화랑협회 팀장은 “단색화 같은 경우 판매 여부를 오픈하지 않는 갤러리들도 많아 정확한 집계를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컬렉터 층이 다변화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키아프 행사 시작 첫날인 VIP 프리뷰는 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홍콩, 스위스, 마이애미 등 해외 아트페어의 VIP 세션 같은 경우 메이저 갤러리가 갖고 나온 작품을 먼저 보기 위해 각국의 저명한 컬렉터들이 몰려 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 화랑 대표는 “홍콩 같은 경우 부디텍(인도네시아 부호이자 아트 컬렉터)이 와서 뭘 사갔다 하는 게 기사화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색화 이후 대안이 없다는 것도 과제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단색화 붐이 미술시장 회복을 위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직까지 온기가 전체 미술시장으로 퍼진 것 같진 않다. 리딩컴퍼니로써 단색화 이후의 대안과 한국 미술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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