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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돌아온 창업자’ VS ‘사우디 붉은 왕자’…억만장자들의 ‘트위터’ 전쟁
모바일결제기술업체 ‘외도’ 잭 CEO
“SNS 왕좌 되찾자” 7년만에 친정 컴백
트위터 어떻게 반등시킬까 안팎 예의주시

“두집 살림 싫다…전념할 경영인 필요”
2대주주 알왈리드 왕자, 잭 컴백 반대
트위터 지분 더 늘리며 ‘머니파워’ 확대
“내 투잡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실적부진에 빠진 트위터의 부활을 두고 ‘빌리어네어’들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년전 사실상 경영에서 축출 되었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가 트위터 부활을 내걸고 7년만에 다시 최고경영자 자리에 돌아온 것을 두고 2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 왕자가 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회사를 뛰쳐나가 다른 사업을 해오던 잭은 트위터 부활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비판이다. 내친김에 알왈리드 왕자는 그 사이 트위터 지분을 더 늘리면서 잭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했다.

결국 어떻게든 트위터를 살려야 하는 ‘돌아온 창업자’와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갑부 왕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확 바뀌어서 돌아온 잭=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 CEO에 공식 선임된 잭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게 뺏긴 ‘SNS 왕좌’를 되찾기 위해 바로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2008년 잭이 트위터 CEO직에서 ‘축출’될 당시 그는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와의 충돌도 잦았다. 그가 지적받은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지나친 강박관념이었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만 매달리고, 지나치게 디테일한 부분에 집착해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최근 미 경제매체 CNBC는 잭이 그동안 ‘스퀘어(Square)’를 경영하면서 이러한 점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스퀘어는 잭이 트위터 CEO에서 물러난 후 별도로 차린 모바일 결제 기술업체다. 스퀘어에 있는 동안 잭은 사업전망이 어둡거나 성과가 나지 않으면 재빨리 접는 등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단적인 예가 ‘스퀘어 지갑(Square Wallet)’이다. 이는 매장에서 캐셔에게 이름만 말하면 결제가 되는 신기술이었지만 잭은 전통적인 지불방법보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사업을 빠르게 ‘킬(kill)’했다.

또 하나 바뀐 점은 그가 능력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큰 폭의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잭은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서 인재를 적극 영입해 스퀘어의 주요 업무를 전적으로 믿고 맡겨왔다. 이는 잭의 열렬한 지지자들도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앞으로 그가 트위터에도 신뢰할 만한 관리조직을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스퀘어를 경영하면서 잭이 보여준 변화는 트위터 부활에 중요한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비즈 스톤도 지난 몇 년간 잭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톤은 “잭이 단시간에 40년치 공부를 하고 온 거 같다”며 “지금 그는 더욱 깊어졌다. 연륜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잭은 복귀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벌써부터 대규모 인원감축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트위터의 한계로 지적돼 온 ‘140자 제한’도 폐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앞으로 트위터를 둘러싼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 ‘두 집 살림’ 잭이 떨떠름한 알왈리드 왕자=잭은 트위터 CEO가 된 이후에도 스퀘어 CEO직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왈리드 왕자가 그의 복귀를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알왈리드 왕자는 줄곧 “트위터에만 전념할 경영인이 필요하다. 잭은 스퀘어에나 집중하라”고 주장해왔다. ‘트위터 부활’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에 ‘두 집 살림’을 하는 그가 과연 트위터에 전념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잭은 올해 안으로 스퀘어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 사이 알왈리드 왕자는 조용히 트위터 지분을 늘리며 잭의 컴백에 ‘대비’하고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왈리드 왕자가 이끄는 투자회사 ‘킹덤홀딩컴퍼니’의 트위터 주식은 현재 총 3495만주(5.17%)에 달한다. 지난 6주간 지분을 조금씩 늘린 결과 에반 윌리엄스 공동 창업자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잭(3.2%)보다 우위에 있어 트위터 내 알왈리드 왕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뉴욕증시에서 트위터 주가가 주당 30.85달러로 마감함에 따라 킹덤홀딩컴퍼니의 트위터 주식가치도 10억달러(한화 약 1조1500억원)까지 불어났다. 원래 알왈리드 왕자는 트위터가 기업공개를 하기 전인 2011년 약 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사들인 초기 투자자였다. 불과 4년만에 그 가치가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여느 중동 왕가의 자제들이 그러하듯 오일머니로 세를 과시하는 것처럼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1만5000달러를 ‘빌려’ 세계 곳곳에 투자해 성공한 인물이다. 트위터뿐만 아니라 애플, 월트 디즈니, 포시즌 호텔, 뉴스코퍼레이션, 시티그룹 등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알왈리드 왕자에 붙은 ‘중동의 워런 버핏’이란 별명도 그의 놀라운 투자수완에서 비롯됐다.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초대 국왕의 손자이자 지난 1월 사망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조카인 그는 사우디 왕실 사람들 중 이례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형제들이 국가 요직에 앉아 나랏일을 하는 사이 그는 온전히 글로벌 투자사업에만 집중해 부를 일궜다. 가족 내에서는 물론 사우디에서 이단아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제 세상은 친정으로 돌아온 잭이 어떻게 트위터를 반등시킬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잭의 컴백을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잡스도 창업자였지만 이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결국 해고 통보를 받고 애플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러다 12년만에 애플의 구세주로 금의환향해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IT사에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잭이 CEO 자리를 지키고 제2의 스티브 잡스로 거듭나기 위해선 일단 알왈리드 왕자의 압도적인 머니파워에 맞서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1세대 SNS의 미래를 두고 펼쳐지는 두 억만장자의 자존심 대결은 앞으로 트위터 부활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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