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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의 벗은 강덕수 전 회장 STX그룹의 재건 기치 내거나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수의를 벗었다. 수감된 지 1년 6개월만이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분식회계 및 횡령ㆍ배임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2조 3000억원대 분식회계 등 주요 혐의를 무죄로 결론 내리고 형을 대폭 깎았다. 강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를 보고했다는 임원의 진술과 공모 증거가 인정되지 않은 결과다.

회색 정장으로 갈아입고 법원을 나선 강 전 회장의 일성은 STX그룹의 재건이었다. 그는 “(집행유예를) 예상치 못했다”며 “(STX그룹 재건에 나서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격려해준 것에 대해 앞으로 남은 시간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영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강 전 회장은 맨손으로 회사를 일궜던 인물이다. 출발은 평사원이다. 1973년 쌍용양회에서 입사해 2001년 쌍용그룹이 해체되자 아예 회사를 사들였다.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후 STX그룹을 세웠다. ‘샐러리맨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강 전 회장은 브레이크없이 달렸다. 조선과 중공업 업체를 줄줄이 사들여 엔진ㆍ조선ㆍ해운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 해외에서 인수합병도 거침없었다. STX그룹은 설립된지 10여년만에 재계서열 13위에 올라섰다.

신화는 신기루같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악화로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한때 시너지효과를 냈던 수직계열화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물동량이 급감한 해운이 침체되자 조선과 중공업까지 휘청거린 것이다. 결국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한 STX그룹은 해체됐다.

STX그룹을 재건하기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2013년 이후 각 계열사는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주력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를 받고있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 하림그룹에, STX에너지는 GS그룹에 인수됐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채권단 공동관리 중이다.

STX맨들은 다시 뭉칠 기세다. 이들은 2심 재판부에 탄원서 1877통을 내고 강 전 회장 구명활동에 적극 나섰다. 기업총수 재판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실패한 경영자에게 싸늘한 현실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STX맨들에게 ‘강덕수 신화’는 미완이다. 강 전 회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신화를 다시 써내려갈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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