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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동차 빅3 ‘1000만대의 저주’
폴크스바겐·도요타·GM
1000만대 고지前後 대형사고
스마트폰 업계도 1억대 장벽
레노버·샤오미 감원·실적부진


“2018년 1000만대를 팔아 세계 1위가 될 것” 2010년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CEO가 이메일로 배포한 성명서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하며 도요타ㆍGM 등과 어깨를 나란이 겨루는 위치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500만대를 넘었다. ‘친환경 고효율 디젤’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 무기는 이제 폴크스바겐의 목을 옥죄고 있다. 연비 및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 당장 이번달 판매량과 재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세계 1위의 꿈도 진짜 ‘꿈’으로만 그치게 됐다. 글로벌 톱 메이커의 상징인 ‘1000만대’ 고지에 오른 기쁨은 채 2년을 가지 못했다.

1000만대는 자동차 업계에서 ‘세계 톱 클래스’를 의미하는 숫자다. 지금까지 1000만대 고지를 밟아본 기업은 일본의 도요타, 그리고 독일의 폴크스바겐 그룹 2곳 뿐이다. 미국 GM은 빠르면 올해 고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3개 회사 모두 1000만대 고지 앞에서 큰 위기를 겪었다. 미국 GM는 방만한 경영으로 미국 의회에서 공개 자아비판을 하는 망신을, 일본 도요타는 2009년 가속페달 쪽 내장재 결함으로 회사 존립까지 위협받았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1억대의 저주가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일찌감치 1억대 선을 넘으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1억대 고지를 향해 3위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연초 ‘올해 1억대 돌파’를 공약했고, 화웨이와 LG전자,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 등도 조용히 1억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3위권 업체들에게 ‘1억’의 벽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1억대를 넘으면 확실한 ‘글로벌 톱3’라는 명예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쉽지않은 모습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지난해 9200여만대로 가장 근접했던 레노버는, 올해 8월 약 3200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주력 사업이던 PC사업의 실적 부진에,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자금압박까지 겹치면서 주가도 올해만 30%가까이 급락했다.

연초 ‘1억대’를 호언장담했던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샤오미의 올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3470만대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은 첫 시작부터 특허 문제로 발목잡히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순위나 점유율 변화는 없다. 성장 동력이 완전히 식어버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샤오미가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드는 것도, 스마트폰 사업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한 임시방편 조치로 해석했다.

이 같은 특정 숫자의 벽은, 항공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항공기, 특히 대륙 횡단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를 100대 넘게 보유한 회사를 ‘메가캐리어’로 표현한다. 이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라야만, 5대양 6대주로 향하는 완벽한 글로벌 노선을 확보하고, 또 다양한 등급의 운영도 가능한 진정한 글로벌 톱 항공사라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항공 업체들은 이 ‘메가캐리어’ 직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형항공기 111대를 보유한 에어프랑스는 루프트한자와 합병해 세계 최고 항공사로 도약을 노렸지만, 지난해 고유가에 파업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일본의 항공사들 역시 100대가 넘는 시점에서 경영난으로 파산하거나 극심한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최정호·정태일 기자/choi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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