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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담동 명품거리에 녹슨 판잣집…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송은아트스페이스, 연기백 기획전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즐비한 청담동 거리에 양철지붕을 댄 ‘판잣집’이 들어섰다. 교남동, 가리봉동 일대 허물어진 옛 집들에서 벽지와 장판을 뜯어 와 만들었다. 미술가 연기백(41)이 지은 ‘곁집’이다.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2015년 국내 작가 기획전으로 연기백의 ‘곁집’을 열었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의 연기백은 ‘금천예술공장(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의 작가 레지던시)’이 낳은 스타 작가다. 그는 특정 장소에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흔적들을 수집해 그 안에서 사회적인 맥락을 짚는 작업을 해 왔다. 

곁집 52-106 열 번째 장소,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이번 전시에 나온 설치 등 신작 9점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십년 간 여러 겹으로 덧대어진 도배지들을 작가가 직접 떼어내 물에 불리고 하나씩 분리한 후 그 조각들을 낚시줄로 매달아 놓은 작업(교남 55 + 가리봉 137)은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장기 도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작가는 익명의 낙서들도 들여다봤다. 여공들이 살던 집의 벽지, 철거를 앞둔 건물 외벽, 빈집 출구를 막아놓은 합판, 한강 다리까지 다양한 공간에서다. 작가는 이 낙서들을 비닐에 본 떠 버려진 장판에 새긴 후 오려냈다. 그리고 낙서는 낙서대로 다시 벽에 붙였고, 장판은 장판대로 전시장에 내 놨다(낙엽이 달을 부수다).

작가는 “가난의 상징을 걷어내면 판잣집은 그저 우리 주변 삶의 이야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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