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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한국사 국정화]한국史 전쟁…좌ㆍ우 이념논쟁 본격 점화
12일 행정고시…6년만에 국정교과서로 회귀
정치권ㆍ교육계 등으로 일파만파 ’분열 양상‘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벌어진 좌우 이념 전쟁이 ’한국사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12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식 발표를 계기로 ‘좌편향 vs. 독재-친일’ 프레임 전쟁은 정치권과 교육계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여당은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야당은 국정화에 반대해 대여 투쟁에 돌입했다.

또 교육계에서도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필두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국정화 반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날 ‘2017 한국사 국정화’ 방침을 확정 발표하지만, 이로 인한 국론 분열과 이념 논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까지 한국사 국정화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朴대통령 취임 후 “교육현장 역사 왜곡 바로잡아야”…‘역사전쟁’ 시작=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4개월이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검정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시한 여론조사에서 6ㆍ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고등학생이 많았다는 사실이 계기가 됐다.

2013년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회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리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중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사실오류가 많다며 반발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은 0%대에 그쳤고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정부도 나섰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역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정화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올해 4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일반인 2000명, 교사 5000명, 학부모 3000명 등 1만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48.6%는 국정제를, 48.1%는 검정제를 각각 찬성할 정도로 의견이 팽팽했다.

여기에 여당이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올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진보좌파세력의 준동’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현재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與 “盧의 역사 쿠테타 바로 잡기”-野 “이념 전쟁…무책임한 정부”=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오후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 방식을 포함한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ㆍ검ㆍ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한다. 

국정화가 확정되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 중ㆍ고등학교 신입생부터 ‘통합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이로써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1년 검정 교과서로 완전히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회귀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지난 11일 당정협의를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현행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 등을 들어 국정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는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김을동 위원장을 비롯한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정부에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재춘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을동 위원장은 한국사 교과서가 단일 국정 체제로 통합되면 학생의 수학능력시험 부담이  완화된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여론조사에서 학부모의  56.2%가 국정화에 찬성한 걸로 나타났다”고 교육 수요자층의 우호적인 여론도 강조했다.

강은희 특위 간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3ㆍ1절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근ㆍ현대사를 가리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을 겪었다”고 한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관이 왜곡ㆍ편향됐다는 공세를 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 사안를 예산 심의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될 만큼 국정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기류다. 황 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은 물론 교육부 행정고시에 대한 중지 가처분신청도 고려 중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정말 위기 상황이고,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적 재난 수준일 정도”라면서 “여야가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때인데, 정부가 경제 살리기는 ‘나 몰라라’ 하고 국정 교과서 문제로 이념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계도 분열…교총 ”국정화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 해야”-조희연 교육감 “국정화, 사회적 다원화에 역행”=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찬반 입장 표명을 유보해 온  교총은 같은 날 국정화 찬성 의견을 공식화했다. 국내 최대 규모 교원단체인 교총은 이날 개최한 전국 시ㆍ도교총 회장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논란이 교육계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 심화하는 가운데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는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교원과 교총 내 민주적 의견수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며 이달  5

∼9일 교총 대의원회·지역교총 회장과 사무국장, 학교 분회장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4천599명 중 62.4%가 국정화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국정화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과거에 대한 찬양 일색으로 국민의  사기를 올리는 것은 교육부가 역사 교육을 통해 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정화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역사를 장악하려 하지 말고 더 다양한 역사 관점을 어떻게  교육 과정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진보 성향인 조희연 교육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 교과서가 사회적 다원화를 지향하는 흐름에 역행한다”며 “국가가 개입해 교과서를 획일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합하다”고 강조하며 진보 성향 단체들에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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