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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둘기'보다 더한 흉물...도심은 지금 '은행과의 전쟁'
심한 악취에 흉물 전락
전국 지자체는 가을 불청객과 전쟁중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지난 주말 회사원 김모(27ㆍ여) 씨는 서울 남산에 올라가려고 충무로에서 순환버스를 타자마자 고약한 냄새에 코를 막았다. 함께 탄 외국인 승객들도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는 표정. 버스기사는 “승객들이 남산에서 은행을 밟고 버스를 타서 나는 냄새”라고 설명했다. 김씨와 일행들은 “가을만 되면 은행 냄새가 너무 심해 괴롭다”며 “외국인도 많은데 이미지 나빠질까 겁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은행나무는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미관상으로도 좋다. 도심 곳곳에는 가로수로 적합한 특징을 지닌 은행나무가 심어졌다. 단,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고약한 열매 냄새. 최근에는 ‘닭둘기’에 이은 또 다른 도시 흉물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 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는 암나무들을 2017년까지 매년 300그루씩 숫나무로 교체하는 작업 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갈월동 숙명여대 근처에 떨어져 있는 은행나무 열매. 박현구기자@heraldcorp.com

은행나무는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미관상으로도 좋다. 도심 곳곳에는 가로수로 적합한 특징을 지닌 은행나무가 심어졌다. 

단,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고약한 열매 냄새. 최근에는 ‘닭둘기’에 이은 또 다른 도시 흉물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가로수는 29만3389그루. 이 가운데 은행나무는 11만4060그루고, 이 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3만376그루다.

과거에는 은행나무가 묘목 상태에서 약 15년 정도 지나 열매를 맺을 때쯤에야 암수 구분이 가능했고, 이 때문에 암나무도 분별없이 심어졌다.

최근에는 DNA 분석으로 암수 구분이 가능해 새로 심는 은행나무들은 전부 수나무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암나무 밑에 떨어진 열매를 아무도 주워가지 않아 밟혀 으깨진 은행으로 차도와 인도가 ‘지뢰밭’이 되기 일쑤다.

현행법상 지자체 소유물인 은행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거나 주워가는 것은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는 범법 행위다.

과거에는 할머니들이 은행이나 도토리 열매 등을 훔쳐가는 게 문제가 된 적도 많았다. 

지난 2000년에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은행이 건강에 좋다고 들은 60대 남성이 몰래 은행을 15kg이나 채취했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지자체들은 오히려 ‘떨어진 은행을 주워가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청 녹지과 관계자는 “고의로, 몰래, 가로수를 훼손해 가며 대량으로 따 가는 게 아니라 주워가는 정도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 조경과 관계자도 “지자체가 주민들과 열매 떨이 작업을 하고 열매들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떨어진 은행을 주워갈지는 아직도 미지수. “이미 밟혀서 어그러진 은행을 누가 주워 가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서울시는 최근 은행 열매 냄새를 해결해 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에,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는 암나무들을 2017년까지 매년 300그루씩 숫나무로 교체하는 작업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각 지자체도 골칫덩어리인 은행 열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10월을 ‘은행나무 열매 따는 달’로 지정하고 은행 열매를 공짜로 가져가라고 홍보하고 있다. 대전시ㆍ대구시 등 기동반을 운영해 은행나무가 떨어지기 전에 조기 채취하는 지자체들도 많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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