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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기고] 칠곡아, 고맙다!
‘칠곡아, 고맙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호국의 고장’ 경북 칠곡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짧은 이 글에는 65년이 지나도록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서 낙동강지구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절체절명의 순간,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해 우리를 지켜준 것이 바로 낙동강 전투다.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55일간 칠곡 지역에서 벌어진 다부동전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곳으로 꼽힌다.

다부동전투는 90% 이상의 국토를 적에게 빼앗긴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서 북한군의 총공세를 온몸으로 버텨내며 오히려 전세를 역전시킨 계기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 전투에서 많은 이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이 치열하고 처절한 격전에서 북한군은 1만 7,500여 명, 우리 군은 1만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개울에는 시뻘건 핏물이 흘렀다는 ‘시산혈하(屍山血河)’란 말로도 당시의 참혹함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헌신한 모든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의 희생과 고통은 무엇으로도 보은할 수 없다.

낙동강 물이 다 마르고 고귀한 넋들이 잠들어 있는 자고산과 유학산이 닳아 없어진 뒤에도 이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조금도 시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학도 의용군으로 참전해 군번도 계급도 없이, 책 대신 총을 들고 싸우다 숨져간 학생들의 거룩한 희생이 꽃을 피운 곳도 이곳 낙동강 방어선이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철모대신 교모를 쓰고 죽음과 맞서 싸운 학도 의용군들의 용기와 희생 또한 감사하고 감사해야 될 일이다.

조국의 위기에 방패가 되어 못다 핀 꽃송이처럼 숨져간 그들이 아닌가.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헌신한 이름 모를 수천 명의 칠곡군민들과 허리를 끊어 북한 인민군의 남하를 막아내고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왜관철교도 고맙다.

그리고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한국을 구하겠다고 달려와 낯선 이국땅에서 젊음을 불사른 21개 UN참전국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과연 65년 전 이들의 값진 희생과 칠곡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제3회 낙동강세계평화문화 대축전(이하 낙동강 대축전)’의 슬로건인 ‘칠곡아, 고맙다!’에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을 체험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축전의 취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 낙동강 대축전은 전쟁의 아픔과 참혹함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압도적인 규모의 체험 공간을 자랑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밋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감동적인 콘텐츠가 그 어떤 축제보다 풍성하다.

많은 국민들이 낙동강 대축전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며 칠곡에게, 낙동강에게, 그리고 수많은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과 함께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다.

올 가을 호국의 도시 칠곡에서 시작된 평화의 빛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곳곳을 물들이길 기대하며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평화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낙동강아, 그리고 칠곡아,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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