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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파는 고깃집에 수능 끝난 알바생 고용, 불법일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수험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몸은 힘들어도 용돈을 벌기 위해 고깃집 알바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그런데 고깃집에선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일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검찰에서 한 고깃집을 청소년고용금지 업소로 보고 형사처분을 했다가 재수사를 통해 번복한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전지윤(36ㆍ가명)씨는 작년 8월 남동생 재희(34)씨와 함께 그동안 모은 돈을 모든 돈을 모두 투자해 전남 담양에 고깃집을 열었다. 11월이 되자 홀 서빙 알바를 하던 대학생이 갑자기 일을 그만뒀고 전씨 남매는 구직사이트에 공고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3학년생인 이모(당시 18세)양과 최모(당시 17세)양이 알바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두 사람은 수능을 막 끝낸 미성년자였지만, 이양은 아버지로부터 동의를 받았고 최양의 경우 일을 마칠 때 어머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

두 사람을 고용한 당일, 가게 쪽방에는 재희씨의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이 열렸다. 누나가 가게를 비워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던 재희씨는 홀과 쪽방의 서빙을 최양에게 맡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쪽방 서빙을 하던 최양이 “수능 준비를 하느라 고생했는데 술을 한 번 먹어보면 안 되느냐”며 재희씨의 친구들에게 술을 얻어 마신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알바가 끝나는 밤 10시에 맞춰 가게를 찾아온 최양의 어머니가 쪽방 안에서 술에 취해 있는 최양을 보게 됐다. 화가 난 최양의 어머니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마시게 했다”며 전씨 남매의 가게를 검찰에 고발했다.

전씨 남매는 올해 1월 근로기준법 및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됐다. 전씨 가게가 일반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주류 조리ㆍ판매를 목적으로 한 청소년고용금지 업소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더해 가게는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개업 3개월 만에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인 고깃집 문을 닫게 된 전씨 남매는 처분에 불복해 올 4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우리 가게는 술집이 아니다”면서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 남매를 도운 대한법률구조공단 강상용 변호사는 이양과 최양의 알바 시간이 오후 5∼10시였고 부모 동의를 받았던 점과 총 매출에서 주류 판매 비중이 10%도 안 된다는 점을 들어 전씨 남매의 가게가 청소년고용금지 업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씨 남매가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자 전씨 사건을 맡았던 광주지검은 다음달 수사를 재개했고 남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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