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대해 정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정치권 전방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있는 하 회장에 대해서 형사고발을 비롯해 탄핵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변호사 단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김정욱(변호사시험 2회) 회장은 11일 “변협이 로스쿨 변호사들을 공격하려고 특정 여당 정치인 편에 붙거나 야당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하 회장에 대한 형사고발 검토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변협이 이렇게 나서게 된 배경에는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변협 회장 직속 기구 ‘변협 사시존치 태스크포스’(TF)의 내부문건이 자리잡고 있다.
문건에서는 사시존치 법안 발의를 위해 국회·청와대 인사를 만나고 사시존치 반대 의원 지역구에서 시위하는 한편, 야당 친노·비노 계파를 갈라 ‘이이제이’(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하자는 계획 등이 적혀 있다.
또 TF 구성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다른 문건에는 올해 4월 관악을(乙) 보궐선거에 적극 개입해 사시존치를 위한 ‘국회 전진기지’를 확보하고, 변호사들 기부를 받아 사시존치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으로 건네자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회장은 “변협은 전국 모든 변호사를 대변하는 법조 삼륜의 한 축이며 변협 회장은 대법관 후보 추천권, 특검 추천권 등 20여 가지 법적 권한을 지닌 막강한 자리”라며 “그런 만큼 변협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의무가 있지만, 현재는 단순히 이익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TF 내부문서에 변협이 가진 로스쿨 회원의 주거지·출신대학·전공 정보를 가공해 사시존치 뒷받침 자료로 쓰려 한 부분을 언급하며 “하 회장을 개인정보보호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변협에 내부 감사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변협 회칙에는 회장의 탄핵 관련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하지만 형사고발과 감사 등에서 하 회장과 TF가 직무상 위법하거나 회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점이분명하게 드러나면 회원들의 뜻을 모아 사퇴를 촉구할 수 있을 것으로 한법협은 보고 있다.
변협 2만여 명의 회원 중 로스쿨 출신은 5천명 이상이며 한법협에는 800여명이 가입돼 있다. 로스쿨 변호사들은 그간 하 회장이 자신들이 낸 회비로 사시존치 활동을 하며 로스쿨에 비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고 있다며 반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하 회장을 겨냥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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