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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정부의 밀어부치기식 철강산업재편은 시대착오적 발상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정부가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포스코의 최대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토록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해명을 내놨는데 개운하지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산업의 사업재편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원칙론만 얘기하지 제기된 설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발 구조조정의 신호탄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불안하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검토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구조조정안이 언급된 것 자체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조차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신도 깔려있다. 대표적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은 대부분 실패했다. 당시 현대와 삼성 간 석유화학 빅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맞교환 등이 실패 사례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안된다”며 “IMF 환란때 이뤄진 구조조정이 절반 이상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업계와의 공론화 절차 없이 구조조정안을 검토한다는게 넌센스”라며 “위에서 찍어내리는 식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에겐 중대하고도 민감한 문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계열사중 가장 덩치가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금 매각할 경우 제값을 못 받고 매각할 수 있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의 경우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철강업계 내에서 어떤 사업에 집중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선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용 강판에 집중하고 전기로 사업을 대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선박용 후판 사업은 접고, 고부가가치 품목에 집중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정부가 구상중인 로드맵이 있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불신도 사라진다. 어쩔 수 없이 흘러나간 내용이라면 이제라도 업계와 논의하는 게 맞다.

정부는 큰 틀에서 산업 정책을 내놓고, 업계는 자구책을 꺼내 논의해야 한다. 정부의 권능을 확인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해 구조조정을 검토한다면 더욱 그렇다. 뭘 하든 손발이 맞아야 하고 ‘윈-윈’하는 방안이 최선이기때문이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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