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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비 줄어도 폭스바겐 조작차량은 1등급... ‘실험실에 갇힌 고시’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적용 차량을 리콜해 개선조치를 취할 경우 기존보다 실주행에서 연료를 더 많이 써 상대적으로 연비가 나빠질 수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 정부도 환경부 조사에서 조작으로 판명나면 해당 차량에 대해 연비를 다시 측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연비 재검증을 받더라도 현재 폭스바겐 차량의 표시연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실험실 중심의 연비측정 환경에서는 연비 1등급을 받은 차가 아래 등급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표시연비 1등급인 폭스바겐 골프

결국 폭스바겐 차주들이 소유한 차량에는 여전히 높은 등급 연비로 표시되는데도 실주행에서 체감하는 연비는 이와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겪게 될 괴리감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등급 골프 리콜 후에도 1등급=국토부와 산업부는 환경부 조사결과 폭스바겐 조작 여부가 밝혀질 경우에 대비해 현재 연비 재검증 관련 협의 중이다. 정부는 연비를 다시 측정해 현저한 차이가 발견된다면 표시연비 작업을 다시 한다는 계획이다.

연비 측정은 현행대로 짜여진 프로그램에 맞춰 실험실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은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개선시켰을 때 실주행 연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로서 향후 측정방식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정부고시에 나온대로 실험실에서 연비를 측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와 실무 담당 기관들은 기존 방식으로 연비를 재검증한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험실에서는 폭스바겐 차량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켰기 때문이다. 실주행에서 저감장치를 작동시키도록 한 뒤 다시 측정한 연비가 최초측정 연비와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시 연비를 측정해도 허용 오차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비 1등급 기준이 16㎞/ℓ인데 오차범위 5%만 넘지 않는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골프 1.6 TDI BMT의 표시연비는 16.1㎞/ℓ으로 1등급인데 재검증 후 15.2㎞/ℓ 밑으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1등급이 유지된다. 이번에 리콜 대상인 폭스바겐 차종의 30% 가까이가 1등급이고, 50% 이상이 2등급으로 대부분 연비가 높은 모델이다.

▶5개 모드 중 3개는 실제 측정 안해=정부가 연비를 측정하는 방법은 1989년 4월 제정된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의거한 것이다. 낡은 고시에 따라 연비를 측정하다 실주행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2013년 1월부터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도심주행 모드, 고속도로주행 모드에 최고속ㆍ급가감속주행 모드, 에어컨 가동주행 모드, 저온도심주행 모드를 추가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5개 모드를 실제로 실험실에 모두 적용해 연비를 측정하지만 우리는 추가 도입한 3개 모드에 대해서는 실제로 측정하지 않는다. 도심과 고속도로 2개 모드로 측정한 연비와 5개 모드에 따른 연비가 유사하도록 계수를 적용해 보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5개 모드 전부를 실제 측정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장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도로가 아닌 그나마 실험실에서 연비를 측정하는데도 상당 부분은 계산식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연비측정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은 보다 열악한 환경 조건을 도입하며 연비 측정을 더욱 엄격히 한다. 우리도 지금보다 실제 도로와 유사한 조건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연비 측정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비는 배출가스보다 실험실과 실주행 차이가 더 심하다.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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