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국내 작가 최고가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다. 김환기 작품 최고가는 30억5000만원에 낙찰됐던 ‘꽃과 항아리(80호)’였다. 이번 홍콩경매에서는 김환기 최고가와 국내 작가 최고가가 모두 깨진 셈이다. 작품을 구매한 사람은 아시안 컬렉터로 현재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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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19-Ⅶ-71 #209’, Oil on cotton, 253×202㎝,1971 [사진제공=서울옥션] |
김환기의 ‘19-Ⅶ-71 #209’는 지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색화 전시에 출품됐던 작품 중 하나다. 가로 세로 2ｍ가 넘는 사이즈로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김환기 전면 점화 중 가장 크다.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진 화면에 사선으로 점을 찍듯 내려 그린 이 그림은 유성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단조로운 단색조 점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환기 작품은 왜 비싸게 거래될까.
국내 미술시장 흐름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은 “앞으로도 김환기 작품 가격에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값이 10배, 20배 뛰게 되면 조정이 따르기 마련인데 김환기 작품은 계속해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는 “미니멀리즘 사조 안에서 반복되는 색면추상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컬렉터들도 이해하기 쉬워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면서 “비슷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값이 아무리 뛰어도 김환기는 못 뛰어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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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찰총액 랭킹 그래프(기간:7~9월, 단위: 백만원) [자료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
김 이사장은 또 “(종전 최고가 기록이었던) 박수근 작품의 경우 국내에서는 감성이 맞지만 해외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값이 뛰게 된 데는 해외 컬렉터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이사장은 ‘환기미술관’을 통해 김환기 브랜드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점, 컬렉터 수요에 비해 작품 수가 적은 점 등도 이유로 꼽았다.
한편 지난 3분기(7~9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분석한 국내 작가 낙찰 총액 순위에서도 김환기는 39억741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천경자 화백(15억9075만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액수다. 톱 10 순위에는 정상화,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등 단색화 주요 작가 4인이 포진돼 있어, 단색화가 여전히 미술시장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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