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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료의 미학…건축은 예술이다
6개작가팀 금호미술관서 건축전
대나무 활용 파빌리온 작업
종이판재로 엮은 와플밸리 등
다양한 건축재료 감각 느낄 기회


건축과 건축적인 것의 차이는 뭘까.

최근 이 경계가 모호해진 양상이다. 건축가들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미술가들은 건축적인 설치 미술 작품을 내놓는다. 건축가들은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건축과 건축적인 설치 미술이 엄연히 다르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미술관으로 들어온 건축은 그러한 경계짓기가 무의미해 보인다.

금호미술관(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건축전이 열렸다. 전시 제목은 ‘아웃오브더박스(Out of the box)’다. 여기에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라는 부제가 붙었다. 건축 재료에 대한 실험이 전시의 골자다. 

전시에는 6개 작가팀이 참여했다. 건축사사무소53427(고기웅),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더시스템랩(김찬중),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 조호건축(이정훈), 프로젝트팀 문지방(권경민, 박천강, 최장원)까지 소위 ‘잘 나가는’ 건축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존의 건축전이 설계 도면, 건축 모형 등 아카이브적인 시각물에 집중했다면, 이번 건축전은 오히려 설치 미술에 가깝다.

금호미술관 측은 “재료에 대한 감각을 미술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유리 등으로 재료가 제한된 현대 건축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건축 재료들의 원시적 감각을 각 건축가들의 공간 해석을 통해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와이즈건축은 대나무의 탄성을 이용한 파빌리온 작업 ‘띠의 구조(Structure of strips)’를 선보였다. 대나무는 일본, 중국 등에서는 건축 마감재료로 흔히 사용되지만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다. 와이즈건축은 댓살을 활대처럼 휘어 외벽을 구축했다. 기하학적인 형태는 구조적인 안정성과 동시에 긴장감을 준다. 

조호건축, Waffle Valley, 종이 400장. [사진제공=금호미술관]

조호건축의 작품 ‘와플밸리(Waffle valley)’도 독특하다. 이 팀은 벌집 모양으로 단면 보강된 종이판재를 격자형 뼈대로 엮었다. 대형마트 한 쪽 귀퉁이에서 맡아봤음직한 종이박스 냄새가 진동하는 이 설치물은 의외로 견고하다. 유려한 곡선으로 단면을 깎아 낸 구축물 위를 맨발로 올라가 보자. 재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프로젝트팀 문지방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불리는 투명 골 플라스틱을 이용했다. 이들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제 1회 우승자로, 미술관 앞마당에 구름, 물, 안개를 형상화 한 파빌리온 ‘신선놀음’을 설치했던 팀이다. 문지방의 ‘템플 플레이크(Temple Flake)’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각형들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골함석 탑은 시각적인 왜곡과 동시에 빛의 굴절과 같은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더시스템랩, Steel Igloo, 스테인레스 스틸 패널 177장. [사진제공=금호미술관]

이 밖에도 스테인리스스틸과 수퍼미러(더시스템랩), 3D 프린트 조인트와 파이프(건축사사무소53427), 유리벽돌(네임리스건축) 등이 건축 재료로 사용됐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건축가들과 오픈 토크가 마련돼 있다. 10월 17일부터 11월 28일까지(10월 24일 제외)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참여작가 1팀이 나와 작업과정과 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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