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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이 선거인단?’…통신 가입자 정보 불확실에 ‘안심번호’ 효과 의문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정치권의 모바일 경선 논란이 통신 업계로 불똥튀고 있다. 특정 정당이 필요할 때 요청하면, 이통사는 ‘050’ 안심번호를 붙인 경선 유권자 리스트를 즉각 제공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이 만든 모바일 경선의 골자다.

언뜻 보면 첨단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춘, 선구자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과거 ’지로용지‘ 시대에나 통할 법한 구태의연한 ’X86‘식 사고방식이 깔려있다. 통신사가 가입자들의 정확한 주소와 신상명세를 꿰차고 있다는 시대 착오적 발상이 전제가 된 것이다. 국민들이 지로용지가 아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청구서를 받아보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의 ‘모바일 경선’ 추진과 관련, 이통사들은 적극적으로 부작용 우려를 전달했다. 모바일 경선 참여자를 정부 기관이나 중앙선관위가 아닌 이통사가 추출, 분류해 정당에 제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가입자 정보 중, 선거 참여 인단 추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주소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만든 정치권과 통신사의 상반된 반응이다. 정치권은 이통사가 요금 청구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주소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이런 생각 아래 관련 입법을 처리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통사 스스로 주소 정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시, 적어내는 주소 정보가 공적인 선거에 사용할 만큼 정확한지 확인, 검증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로용지가 아닌 모바일이나 이메일 등으로 청구서를 받는 사람이 80%에 달하면서, 주소 정보는 이통사 스스로가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적인 영역인 선거와 관련, 정확한 주소 정보는 선관위의 선거인 명부일 것”이라며 “이를 놔두고 이통사에게 경선 참여인을 골라달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선관위의 유권자 정보와 이통사의 가입자 정보를 연계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경우 실제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가 제법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를 위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 웨어러블 단말기가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칫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사용하는 ‘어린이용 스마트워치’가 경선 참여인 명단에 포함되는 헤프닝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행 IT 업계 추세는 개인정보의 수집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같은 것을 특정 정당을 위해 제공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4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는 비용도 문제다. 여야는 해당 정당이 이를 원칙적으로 부담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 정당 대부분이 정부의 정당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혈세를 쓰는 것과 다름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는 그나마 세계적인 이동통신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 투표나 동호회 투표 같이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며 정확한 현장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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