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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전용’ 주차장은 ‘여성범죄’ 주차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최근 발생된 ‘트렁크 시신 사건’을 기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주차장이 여성 겨냥 범죄의 사각지대로 부상했다.

특히 여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여성전용 주차장은 남성 출입에 제한된다는 특성이 오히려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데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대론 취지에 역행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제2의 김일곤 사건’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트렁크 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김일곤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대형마트 여성전용 주차장에 잠복해 있다 한 30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로 위협, 납치를 시도한 바 있다.

여성전용주차장은 당초 여성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호텔들이 성폭력 등 여성 고객들의 위험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엔 1990년대에 처음 들어왔다.

이후 서울시가 2008년 공영주차장 10개소 등에 여성전용 공간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2009년엔 30면 이상 주차장에 여성전용 자리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전용이란 사실이 노출돼 있다 보니 범죄자들이 타깃으로 삼기 쉽고, 이들이 범행시 주위에 여성들만 있을 거란 생각에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곳에선 여성의 차량이나 옷차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어 부유층 여성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서울 마포의 한 대형마트에선 한 30대 남성이 외제 승용차에 타려던 여성을 납치하려고 시도했다.

결국 미수에 그쳤지만, 이 남성은 대형마트 주차장을 돌며 외제차량을 타고 다니는 여성만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여성전용 주차장의 구획마다 설치된 대형 기둥들은 폐쇄회로(CC)TV나 마트 직원들의 시야로부터 자신을 은폐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전용 주차장이 차종과 옷차림으로 경제력을 파악할 수 있어 오히려 피해자를 물색하기 쉬운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또 밀폐된 공간이고, 벽과 기둥이 있어 숨기 쉽고 조명도 어둡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여성전용 주차장을 폐지할 필요는 없겠지만, CCTV를 늘려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전요원을 보강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여 운전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운전경력 5년인 서울에 사는 주부 오모(38) 씨는 “예전부터 마트나 백화점에서 여성전용 주차장은 어두 껌껌해서 잘 이용하지 않았다“며 “야외에 노출된 여성전용은 몰라도 지하에 있는 주차장은 아무리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있을 더 이상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에서의 범죄 발생 빈도는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3448건에서 2013년 3551건으로 2년새 100건 넘게 증가했다. 살인 등 강력범죄도 2013년에 이곳에서 19건이나 발생됐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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