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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 아닐바에야 대학 왜 다니나?”…대졸자간 임금격차 날로 심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7ㆍ여) 씨는 지난달 한 소규모 무역회사에 입사했지만 턱없이 적은 액수의 연봉 때문에 퇴사를 고민 중이다. 

회사 내규상 신입사원 초봉은 2000만~2200만원. 김 씨는 “취업했다는 얘기에 기뻐하던 부모님이 연봉 얘기를 듣곤 ‘실컷 공부시켜 서울에 있는 대학 보내놓은 결과가 이것’이냐며 실망하셨다”며, “더 늦기 전에 대기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도 27살 여자에 SKY 출신도 아니라 서류 통과가 될지조차 미지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천만원의 학비를 들여 대학 졸업장을 거머쥔 수십만의 대졸자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졸업 후 ‘경제적 수확’은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간 임금 격차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지며 일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대학을 다닐 이유가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지난 7월,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오모(26ㆍ여) 씨도 첫 월급을 받고 한숨만 내쉬긴 마찬가지다. 

회사 월급이 적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통장에 찍힌 130여만원을 보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 씨는 “아르바이트비 수준의 급여를 받으려고 대학 4년동안 아등바등 공부한 건가 갑갑함이 밀려왔다”면서 “주변 SKY(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출신 친구들은 이 월급의 두 배를 받는다던데,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4년 대졸 신입사원 월평균 초임은 278만4000원이지만, 체감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대졸자들에게는 외려 고졸 사무직 월급 204만 2000원이 더 ‘현실감 있는’ 액수다. 

지난 4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국내기업 4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중소기업 신입직 월급이 207만원 수준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중화된 노동시장구조와 악화된 임금 불평등 속에서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 구조도 양극화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의금 프리미엄 상승은 상위 10%에서만 뚜렷이 관측됐다. 

이에 반해 하위 20%의 대학졸업자의 경우엔 성별과 경력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서도 고졸자의 평균 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간한 ‘대학교육의 만족도와 임금과의 관계’ 보고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상위 1~30위 대졸자들의 월급은 교육의 질이나 만족도와 별개로 61위 이하 하위권 대졸자들의 월급보다 적게는 25만원, 많게는 67만원 가량 더 높았다. 

능력과 무관하게 어느 대학을 졸업했냐에 따라 급여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졸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 박모(27) 씨는 “고졸자들보다 4년을 더 투자했다고 해서 이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외려 어정쩡한 대학 졸업장 한 장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만 더 느끼고 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대학을 안 가는 게 나았을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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