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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르노 佛 테크노센터를 가다…탈리스만 핵심 개발과정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프랑스 기영꾸흐)=정태일 기자]프랑스 파리에서 서남쪽으로 차를 타고 20㎞ 정도 가서 도착한 이블린주(州)의 소도시 기영꾸흐. 150만㎡ 대지 위에 세워진 대규모 단지의 건물에 들어서니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는 프랑스 국기와 태극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체의 절반이 풍성한 조경으로 채워져 있고, 곳곳에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거대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이 물씬 났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 기업 르노가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르노테크노센터’의 첫인상이었다. 한국의 르노삼성과 협업해 차를 개발하고 자연과 인간적인 감성을 중시한다는 르노 측의 설명이 이 같은 광경을 통해 한눈에 들어왔다. 

르노 디지털 목업 디자이너들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탈리스만 외관을 살펴보고 있다

르노테크노센터는 르노의 모든 자동차 설계에 필요한 기술을 한 곳에서 통합ㆍ관리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됐다. 프로젝트 시작 전 고객만족도 등을 조사하는 ‘The Avancee’, 프로젝트 작업 단계에 착수해 안건을 선택하는 ‘The Ruche’, 시제품을 만드는 ‘The Proto’로 구성됐다.

르노는 이번에 야심차게 개발한 탈리스만의 정식 판매를 앞두고 디지털 시제품을 구현해 품질을 관리하는 시뮬레이션 센터를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통상 비행기나 자동차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각 부분의 배치를 보다 실제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실물 크기의 모형인 목업(mock-up)을 제작하는데, 르노는 모든 작업을 디지털화 했다. 이를 ‘디지털 목업’이라 부른다.

시뮬레이션 센터에 들어서니 정면의 대형 화면에 탈리스만의 전측면이 띄워져 있었다. 실제 모델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실사와 거의 일치했다. 타이어의 돌기, 크롬에 비친 천장의 모습까지 세세하게 보일 만큼 사실적이었다. 이는 모두 CATIA(카티아)라는 소프트웨어를 거쳐 탄생한 컴퓨터 그래픽이었다.

작업자가 장비를 이용해 화면을 회전시키자 탈리스만 디지털 목업이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갔다. 차량의 밑면까지 훤하게 보면서 

르노 디지털 목업 디자이너들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탈리스만 내부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각 부품까지 따로 떼어내 볼 수 있었다. 부품별로는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해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오일 필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부분만 손쉽게 컴퓨터로 수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 모형을 만들었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바로 이 대목이 탈리스만 개발에 있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이전만 해도 르노테크노센터에서는 실제 완제품 모형을 직접 제작했는데 완성까지 10주가 소요됐고, 35만유로가 투입됐다. 2008년 부분적으로 모형을 제작할 당시 6주가 걸렸고, 7만유로가 들었다. 그러다 2011년부터 디지털 목업을 도입하자 1주, 1만유로로 기간과 비용이 대폭 감축됐다.

제작기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비용이 줄어 그 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탈리스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전 방식보다 더욱 많은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어 완성차를 제작하기 전에 정교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미쉘 가브리엘 디지털 목업 디자이너는 “수작업을 하던 10년 전에 비해 개선점을 찾아내는 비율이 6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르노의 디지털 목업이 정교한 비결은 각 부위를 삼각형으로 잘게 잘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디자이너는 “디지털 목업을 총 5500만개의 삼각형으로 잘라 결함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목업이 완성되면 이처럼 조각조각 뜯어보며 품질을 분석하고, 프레젠테이션과 가상 주행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올해에는풀스케일 스크린이 갖춰진 스튜디오를 도입하는 등 장비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 르노 측은 “디자인소속의 품질 전문가들이 디자인의 데이터 변환단계부터 외형적 검수 및 마지막 정량 평가까지 다른 부서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품질의 상당 부분에 책임을지는 것이 르노 품질관리의 차별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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