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사회향한 증오? 김일곤 28명 보복명단 소지
체포시 메모지엔 판사·형사등 빼곡조사과정 “다 죽여야 하는데…”극도의 흥분상태…수사에 비협조주방용칼·커터칼등 흉기도 다수일부선 사이코패스 행태 분석도
체포시 메모지엔 판사·형사등 빼곡
조사과정 “다 죽여야 하는데…”
극도의 흥분상태…수사에 비협조
주방용칼·커터칼등 흉기도 다수
일부선 사이코패스 행태 분석도


서울 성수동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모(35ㆍ여) 씨를 살해한 용의자 김일곤(48)이 범행 8일 만인 17일 경찰에 붙잡혔다. 

3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된 김일곤이 17일 오전 검거돼 서울 성동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과 22범인 김씨는 검거 당시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 판사와 형사, 간호사, 식당주인 등 28명의 명단을 적은 메모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단순 강도 살인범이 아닌 사회를 향한 증오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18일 김씨가 극도의 흥분상태를 보이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밝히고 있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적잖다. 경찰은 이날중 김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추가범행 계획했나?=김씨는 검거 당시 28명의 명단이 적힌 메모지 2장을 지니고 있었다. 판사와 형사, 식당주인 등의 이름과 일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의사’, ‘간호사’ 등으로 적어놨다. 경찰이 김씨를 상대로 추궁한 결과, 메모지 속 인물들은 ‘과거 김 씨를 조사한 형사’, ‘돈을 떼먹고 도망간 식당 여자’, ‘교통사고가 났을 때 김씨를 치료했던 의사’ 등 과거 그와 마찰이 있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메모지가 추가 범행을 위한 김씨의 ‘살생부’라는 의구심에 대해선 “그런 명칭이 없는 단순한 메모지이며 일종의 허무맹랑한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그가 추가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은 적잖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메모지 속 인물들에 대해 “이것들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분노를 드러냈다. 또 경찰에 붙잡힐 당시엔 일명 ‘쌍둥이 칼’이라 불리는 28㎝ 길이의 독일제 주방용 칼 2개와 문구용 커터칼 등 다수의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경기도 일산에서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 했다가 미수에 그친 점, 연고가 없는 강원도에 여러차례 다녀온 점 등도 그가 이미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안락사용 약물 찾은 이유는?…자살용? 추가테러용?=김씨가 검거직전 동물 안락사용 약물을 강탈하려 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전날 오전 8시30분께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키우는 10㎏짜리 푸들이 아프다”며 개 안락사용 약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장이 이를 거절하자 포기한 듯 하더니, 9시50분께 돌연 흉기를 꺼내 들곤 원장과 간호사에게 “약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자살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용 약물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주일 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노숙하며 지내다보니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자살을 할 만한 사람이 못 되니, 보다 편하게 죽을 수 있는 안락사란 단어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도구 마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김씨는 전날 성동경찰서에 압송된 직후 살해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나는 더 살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의 모습으로 보긴 어렵다.

이와 관련 김태환 서울종합동물병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안락사용 약물은 50㎖, 100㎖ 단위로 나온다”면서 “50㎖로는 150~200㎏ 가량의 동물을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는?…사회와 여성향한 분노? 사이코패스의 소행?=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원래 죽이려던 게 아니라 차량과 휴대전화만 빼앗으려고 했는데 납치 도중 주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차에서 내린 뒤 도망가려 해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단순 살해에 그치지 않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점으로 미루어 김씨의 범행이 단순히 주씨의 재물만을 노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식자재 배달업을 할 때 수퍼마켓 여주인들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못 받은 적이 많아 여자들에게 적대감이 있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회와 여성에 대한 증오감이 범행의 원인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씨 진술에 따르면 자기가 일한 것에 대해 대가를 못 받은 것에 분노하는데, 자기 딴에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 불만이 심화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이나 시신 훼손 방식이 사이코패스로 보인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수정 교수는 “사이코패스로 보인다. 이들은 범행 동기를 순순히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며 “시신 훼손도 성적인 것이다. 뭔가 시도를 했는데 잘 안돼 분노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지혜ㆍ박혜림ㆍ배두헌 기자/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