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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체경제 돌파구 사업재편] M&A 나섰다가 자칫 세금폭탄ㆍ장기소송 휘말려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A사를 합병하면 독과점사업자로 지목돼 당장 공정거래법에 저촉됩니다. 지금으로서는 고려조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합성섬유의 중간원료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사업에 대한 기업간 자율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이다. 비핵심 사업군을 떼내고 뭉쳐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대외협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않다. PTA 사업을 하는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기업 M&A를 둘러싼 각종 규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사업재편에 나섰다가 자칫 세금폭탄, 장기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행 세법은 적법한 합병, 분할 등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조정 이후 지배주주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처분하면 기존 세제 혜택을 다시 회수해간다. 회사법인에도 구조조정 시점의 미실현 평가차익을 한꺼번에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사가 B사로부터 특정사업부문을 사들였다가, 시황이 더욱 악화돼 주식을 처분하면서 법인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손해가 나도 특정 시점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어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사업재편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다가 기업간 합병이 무산되는 일도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추진했다가 기업간 M&A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몰리면서 합병에 실패했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모 변호사는 “합병 공시 후 얼마나 많은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지 알기 어렵다. 현금이 충분치 못한 상장사들은 합병시 이 주식매수청구권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러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발의했지만, 이마저도 일본의 ‘산업활력법’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영하 인하대 교수는 “일본은 부실사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에서 이러한 제도를 가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과잉공급구조 안에서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세제 및 금융지원을 두고 있지않고 절차 특례만 명시하고 있다는 것도 일본과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잉공급구조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사업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기존 입법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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