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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14> 태국 (하) 87세 푸미폰 국왕 그 이후…인기없는 왕세자냐 천사 공주냐
통치기간 68년 ‘세계 최장수 국왕’
최근 건강악화로 왕실 후계에 관심
1남3녀중 왕위 계승 1순위는 장남
前왕세자비 친인척 비리로 신뢰 추락
여성승계허용 ‘미혼’ 셋째 서열 2위로
장녀·넷째는 왕족 지위 박탈돼 열외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나이는 올해 87세다. 통치기간만 무려 68년으로 세계 최장수 국왕이다. 최근 왕의 건강상태가 예전같지 않다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면서 태국 왕실의 미래와 후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잇따른 발병과 치료=지난 14일(현지시간) 왕실사무국은 푸미폰 국왕이 혈액 내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폐에 감염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투여받았고 산소호흡기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도 왕실사무국은 고열과 오한, 저혈압, 심장 박동수 증가 등의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을 전했다. 의료진은 항생제, 식염수 투여, 인공호흡 등의 조치를 취해 체온과 혈압을 안정시켰다. 2009년 이후 건강문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지난달에도 뇌수종과 흉부전염으로 인해 치료를 받았다. 태국 궁내청은 “씨리랏 병원에서 뇌에 찬 물을 빼 압력을 줄였다”며 “입원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고열과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엔 후아힌 별장에서 요양을 하던 중 3주 만에 정기검진을 이유로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담낭 제거술을 받고 7개월동안 입원한 뒤 5월에 퇴원했다.

왕위계승서열 1위인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최근 부왕인 푸미폰 국왕을 대신해 각종 공식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전 왕세자비 집안의 비리와 파경, 지난 해 군부 쿠테타 때도 영국으로 피신했다는 소문 등으로 국민적 인기가 높지 않다. 반면 왕위계승서열 2위인 마하 차끄리 시린톤 공주는 부왕을 따라다니며 각종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기가 높다. 줄곧 미혼으로 이혼경력도 없다. 다만 시린톤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려면 푸미폰 국왕이 와찌랄롱꼰 왕세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사진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한 와찌랄롱꼰 왕세자와 시린톤 공주.

하나 뿐인 왕자, 사랑받는 공주들=푸미폰 국왕은 1950년 시리낏 왕비와 결혼한 이후 슬하에 1남 3녀를 낳았다. 장녀인 우본랏 라차깐야(64) 공주는 푸미폰 국왕이 공부하던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으며 부왕과 함께 요트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과 학사를,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공공보건 석사학위를 취득한 수재다. 2008년엔 영화제작에도 참여했는데, ‘기적이 일어나는 곳’(Where The Miracle Happens)란 작품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1남 2녀의 자녀를 두었으나, 지난 2004년 아들 푸미 옌센을 쓰나미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장남인 마하 와찌랄롱꼰(63) 왕세자는 왕위 계승 1순위다. 1972년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젊은시절부터 태국 국가방위에 앞장섰다. 호주 캔버라의 왕립국방대학을 졸업했고, 1978년에는 태국 왕립 육군지휘참모대학을 졸업했다.

현재는 왕립태국육군의 장군이며 왕립태국해군 제독이자 왕립태국공군 사령관이다. 태국공군의 F-16전투기, 보잉 737기(HS-HRH, HS-CMV) 등의 조종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푸미폰 국왕이 나이가 든 후에는 공식행사에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대신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에는 어머니 시리낏 왕비의 83번째 생일을 맞아 열린 ‘엄마를 위해 자전거를’ 행사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마하 차끄리 시린톤(60) 공주는 푸미폰 국왕의 국가개발계획인 ‘로열프로젝트’ 실현에 가장 열심이다. 10대 때부터 푸미폰 국왕을 따라다니며 수자원개발 등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골든주빌리네트워크와 사이자이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1980년부터 출라쩜끌라오 왕립군사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쳤다. 이달 말 육군대장으로 전역한다.

태국 국민들은 시린톤 공주를 ‘쁘라텝’이라고 부른다. ‘천사 공주님’이란 의미다.

막내 출라폰 왈라일락(58) 공주는 카셋삭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마히돈대학 객원교수다. 출라폰 연구소 소장으로 1986년 유네스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메달을 받기도 했다.

굴곡의 결혼사(史)=푸미폰 국왕 자녀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우본랏 공주는 1972년 MIT 유학시절 왕실의 반대에도 피터 라드 옌센과 결혼했고, 왕실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뺏겼다. 반대를 무릅쓴 결혼이었으나, 1998년 이혼했다.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3번 결혼했으나 3번 모두 이혼했다. 슬하엔 5남 3녀를 뒀다.

출라폰 공주 역시 태국 공군 조종사와 결혼했으나 왕실 법도에 따라 왕족 지위를 잃고 ‘짜오파’ 신분만 유지했다. 역시 1996년 이혼했다.

4명의 자녀 가운데 시린톤 공주만은 결혼하지 않고 줄곧 미혼이다.


왕위 계승의 향방은=와찌랄롱꼰 왕세자의 승계가 확실시 된다. 다만 왕세자가 지난해 군부 쿠데타 발생하기 직전 영국으로 피신했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지고, 전 왕세자비인 스리라스미와 친인척 비리로 파경을 맞으며 국민적인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

반면 ‘천사 공주님’ 시린톤 공주는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1974년 개헌에서 여성 승계도 허용되면서 1977년 왕위계승권자로도 책봉됐다. 왕실 가족 지위가 박탈당한 언니들과 달리 아직까지 미혼인 시린톤 공주는 왕위계승서열 2위다.

태국 현지 언론은 “시린톤 공주가 해온 일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꼽기가 힘들다”고 평가하고 있을만큼 국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왕위 계승 어떻게 이뤄지나=1924년 제정된 왕실승계법은 국왕이 왕실 가족 중 누구라도 후계자로 지목할 수 있고, 후계자 지목을 철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승계 서열은 있다.

최우선 승계자는 왕과 왕비 사이에서 나온 장자(왕세자)이다. 왕세자 부부사이에서 나온 아들들이 나이순으로 순위를 잇고, 그 다음이 국왕 부부 사이에서 나온 2번째 왕자이다. 2번째 왕자가 사망 등으로 부재할 경우 그 장자가 뒤를 이으며 동일한 방식으로 아들 위주의 왕위승계가 이어진다. 1974년엔 조항이 수정돼 공주도 후계자 지명이 가능해졌다. 다만 후계자가 명백히 지명되지 않았을 경우에만이다. 시린톤 공주가 왕려면 국왕에 의해 와찌랄롱꼰 왕세자의 후계자 지명이 철회되어야만 가능하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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