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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 독수리가 사라지면…왜 의료비가 늘어날까
자연을 경제적 패러다임으로 접근…금융자본처럼 자연자본도 수익창출
자연은 개발보다 보존이 ‘남는 장사’



“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이 살 날은 4년 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이 말은 인간경제에서 차지하는 꽃가루받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게 결국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널리 알려진 생태주의자 토니 주니퍼는 자연보존이 경제에 도움이 될 지 의심스러워 하는 이들을 위해 그 경제적 가치를 일일이 계산했다. 자연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연간 100조달러. 전세계 GDP의 거의 2배에 이르는 액수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갈라파고스)는 자연을 경제적 패러다임으로 바라본 책으로 손익계산서를 꼼꼼이 적어 제시해 놓았다.

저자가 대상으로 삼은 자연은 토양과 물, 공기 등 생물권에 필요한 근본적인 요소들이다.

토양은 그 중에서도 흔히 그 중요성이 간과되곤 한다. 대도시에서는 ‘먼지’와 동일시되는 토양은 생태 과정의 제일 밑바닥에서 육상생명체계의 90% 이상의 생산성을 책임진다. 경지의 건강한 토양 10그램(대략 1테이블스푼)에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이 다른데로 흐르지 않고 땅 속 암반대수층으로 흘러가게 해주는 담수의 공급 효과도 놀랍다. 토양 1헥타르만 있으면 1000명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과 비등으로 인한 표토 손실은 매년 영국의 10배가 크기로 벌어지고 있다. 

“금융자본과 마찬가지로 자연자본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수익금은 비옥한 토양, 깨끗한 강물, 어장, 질병 관리, 탄소고정 등 각종 서비스와 혜택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원금은 저축해두고 수익금만 사용하는 신중한 행동은 이내 온데간데 없어지고 많은 경우 우리는 당장 흥청망청 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원금마저 날리고 있다”‘(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 중)

토양이 제공하는 혜택은 식량과 연료, 사료, 깨끗한 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무시못한다.

새와 곤충을 비롯한 꽃가루받이 매개자가 인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인슈타인의 통찰 그대로다. 전체 농작물의 3분의 2가 꽃가루받이 동물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벌을 비롯한 꽃가루받이 동물의 개체 수 감소는 식량안보로 연결된다.

생물종의 다양성 파괴는 인간사회에 의외의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독수리가 사라지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도에서는 항생제 때문에 독수리가 멸종되자 개가 증가했다. 그로 인한 광견병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어나 국가 의료부담을 늘린 것이다. 또 중국에서는 대약진 시기에 곡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새를 무더기로 잡았다가 오히려 메뚜기가 증가해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물 부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저자가 제시하는 ‘물발자국’을 보면 상황이 실감된다. 강과 호수, 개울, 구름, 비의 형태로 있는 민물은 지구 민물의 1% 중에서도 겨우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 등 전체 물의 양에 비하면 있으나 마나한 양이다. 이 물이 세계 경제를 굴리고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제품 원료의 취득에서부터 제조, 유통, 사용,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나타내는 ‘물발자국’에 따르면, 무게가 25그램이 될까 말까한 장미 한 송이를 생산하는데는 약 7~13kg의 물이 필요하다.

장미 한 다발을 생산하려면 장미 한다발의 무게의 무려 280~520배의 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커피 1kg을 생산하려면 약 2200리터의 물이,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약 1만6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육류는 채소보다 더 큰 물발자국을 남긴다. 먹이 그물의 위로 갈수록 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연의 보존과 복원으로 경제성을 높인 사례들도 다양하게 들려준다. 스펀지처럼 비나 습기를 빨아들이는 콜롬비아 고산지대의 에스펠레티아 관목들, 100여개에 달하는 습지를 보존해 물의 순도를 유지하는 프랑스 에비앙, 양질의 물 공급에 기여할 농법을 보급해 여과 처리 없이 물을 얻는 뉴욕시 등 자연의 복원과 보존 사업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박새와 사과수확량의 관계도 흥미롭다. 박새에게 둥지 상자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과수원의 애벌레 피해를 줄여 아주 적은 비용으로 손상되지 않은 사과 수확을 늘릴 수 있다. 더욱이 살충제 사용을 줄여 중독성과 위험성을 줄이는 3중 효과가 있다.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은 허리케인이나 쓰나미의 피해를 줄여준다. 새우양식장으로 바뀌면서 파괴되는 맹그로브 숲은 생태보험을 날려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는 혜택도 적지 않다. 자연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심신의 질병을 이겨내는 데도 기여한다. 지속적으로 녹색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를 ‘자연자본’이라 부른다. 기존의 경제체제가 갖는 단기적 개발주의를 넘어서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주는 개념이다. 환경을 보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코스타리카는 고무적인 예다. “도대체 자연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뭔데”라는 의문이 든다면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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