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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도전…피아니스트 김정원]
“슈베르트 음악은 숨겨놓은 비밀상자”
까다롭고 불필요한 테크닉 많지만
‘살아있는 작업’이란 느낌에 설레요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2000년대 클래식계 ‘F4’로 불리며 오빠부대를 몰고다녔다. 마흔이 된 현재 소녀팬 대신 깊이있는 아주머니팬들이 더 많아졌다.

그 역시 지난해부터 슈베르트 음악을 파고들며 연주자로서 음악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김정원은 오는 2017년까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21곡) 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세번째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이 열린다. 


앞서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당시 연주했던 6곡은 최근 3장짜리 CD로 발매됐다.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정원은 “화려한 기교를 보여줄 수 있는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에 비하면 슈베르트 음악은 조미료 없이 원재료로만 만든 음식같다”고 설명했다.

“처음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갔을 때 자취방 근처에 슈베르트 생가가 있었어요. 슈베르트도 빈에 오래 살았는데 어릴 때부터 슈베르트가 친근하게 느껴졌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미완성된 작품들도 있어서 연주자들이 후기 작품 몇 개만 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아예 못 들어본 소나타들도 많아요. 뭔가 숨겨놓은 비밀상자처럼 언젠가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죠”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숭어’는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낸 연주자는 세계적으로 안드라스 쉬프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처럼 완성도가 있진 않아서 어려움이 많아요. 불필요하게 까다로운 테크닉이 많으니까 연주자로서 골탕을 먹는 듯한 느낌도 들죠. 하지만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해볼 만한 보석같은 요소가 많이 들어있어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슈베르트가 아니라 그의 성격 하나하나까지 보일 정도로 깊이 들어가고 있어요. 살아있는 작업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있어요”

그는 2006년부터 매년 다른 연주자들과 꾸며왔던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도 올해 열지 않았다. 앞으로도 대부분의 시간을 슈베르트에 빠져 살 계획이다.

“완성된 소나타 15곡은 다섯 번에 걸쳐 무대에서 연주할 예정이예요. 미완성 소나타 6곡은 다른 소나타를 참고하거나 제 생각을 보태 완성해서 21곡을 모두 음반에 담을 생각입니다”

김정원은 꼼꼼한 성격이라 과거에는 계속 음악을 들여다보며 “하나라도 놓친 게 없을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하지만 편안한 성격을 가진 아내를 만난 후 훨씬 여유로워졌다.

“완벽하지 않아야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예전에 비해 여백이 많이 생긴 것 같아 스스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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