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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中·印·베트남 등서 러브콜 세례
기존 일부 공정 생략 곧바로 고로서 쇳물 뽑는 공법설비규모 작지만 경쟁력은 높아 개도국들 건설 주문원가절감+친환경 두마리 토끼…미래 성장동력 기대
기존 일부 공정 생략 곧바로 고로서 쇳물 뽑는 공법
설비규모 작지만 경쟁력은 높아 개도국들 건설 주문
원가절감+친환경 두마리 토끼…미래 성장동력 기대



한국 최초의 철을 생산한 포항제철소. 그곳에 위치한 4기의 고로(高爐ㆍ용광로)가 ‘산업의 쌀’을 생산하며 산업 발전의 토대를 이뤘다. 이들 고로 옆에는 포스코의 새로운 제철공법인 파이넥스(FINEX) 제철소 3곳이 자리잡고 있다. 파이넥스 제철소는 기존 제철소 대비 설비가 단순해 멀리서 외관만 봐도 보다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

파이넥스는 기존 소결, 코크스 공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공법으로, 포스코가 92년부터 연구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신(新)제철기술’이다. 


원가절감+친환경 두마리 토끼 잡다=파이넥스가 미래 제철 기술로 각광받는 것은 원가절감과 친환경성을 둘다 갖췄기 때문이다. 파이넥스는 쇳물을 뽑아내기까지 가장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내는 예비 공정(철광석 가루나 유연탄을 덩어리로 뭉치는 과정)이 생략된다.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 오염물질은 80% 이상 소결, 코크스 공정에서 발생한다.

파이넥스는 이 과정이 생략돼 기존 공법으로 뿜어나오는 황산화물(SOx) 40%, 질산화물(NOx) 15% 선으로 떨어진다. 예비 공정이 생략되면서 제철소 규모 자체도 슬림해졌다. 상대적으로 입자가 작아 활용도가 낮았던 저품질의 철광석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이 러브콜 보내는 이유=파이넥스에 큰 관심을 갖는건 중국, 인도, 베트남, 이란 등 경제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다. 전세계 철강 생산은 이미 과잉 상태로, 더이상 대규모 고로를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파이넥스는 노후한 고로, 개발대상국의 신설 제철소의 대안으로 경쟁력을 지닌다. 9일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 추진연구반 건물에서 만난 강태인 기술개발프로젝트리더(상무보)는 “파이넥스 제철소는 연산 200만톤 규모까지 기술이 개발된 상태”라며 “전세계 고로 제철소의 99%는 파이넥스로 대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400만톤 고로 제철소는 200만톤 규모 2기의 파이넥스로 대체 가능하다. 특히 중국은 파이넥스 공법과 딱 맞아 떨어진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고로를 못짓게 하고 노후한 작은 고로를 대형화, 통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내 제철소들이 상대적으로 설비가 단순한 파이넥스 제철소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중국은 환경규제에 민감한 국가로 파이넥스에 갖는 관심이 각별하다. 공기 정화를 위해 쓰는 막대한 환경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포스코는 중국의 충칭 제철소와 파이넥스 공장 설립 MOA를 체결하고, 제철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파이넥스 기술의 해외 첫 수출이다.

인도나 베트남, 이란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파이넥스 공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 상무보는 “산업 발전의 기초소재인 ‘쌀(철)’이 필요한 이들 국가는 제철소를 세우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설비가 간소하고 원가절감 등 효과가 있는 파이넥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의 철광석 등 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파이넥스의 강점이다. 인도의 경우 도로 등 인프라가 열악한데 파이넥스 공법을 활용하면 해외 수입 고가 원료 대신, 내륙에서 나오는 저가 재료로 철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인도 서부에 150만톤 규모 파이넥스 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이며, 인도 철강회사 메스코는 포항제철소 내 제1 파이넥스 공장 설비를 사기로 합의했다.

포스코라 가능했던 기술=파이넥스 추진 인력은 포스코 내에서만 500여명에 달한다. 거기에 산학연구에 참여중인 포항공대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인력까지 더하면 더 늘어난다. 파이넥스팀은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아니었다면 개발 불가능했을 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 상무보는 “전세계 선진 철강사 많지만 그 누구도 파이넥스 개발을 못했다. 92년 당시 엄청난 돈을 쏟아가며 23년간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며 “현재 분위기라면 이만한 규모의 대형 투자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바뀌면 이전 연구 개발이 엎어지기 마련인데, 포스코는 20년 넘게 일관된 정책을 폈다.

파이넥스 공법의 연구에만 5500여억원이 투입됐고, 그외 시설 설비 비용까지 더하면 2조를 넘기는 투자액이다.

물론 포항제철소 내에선 20년 넘게 파이넥스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하지만 파이넥스는 당장 수익보단 미래를 바라보고 달려온 포스코의 월드프리미어(WP) 기술력으로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23년만에 중국에 최초로 파이넥스 기술이 수출되고 차츰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파이넥스가 포스코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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