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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만명 체불임금 고통...근로자들‘극빈층’나락
결혼 6년차 Y씨. 3살된 딸 아이만 보면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짠하다. 남들 다하는 돌잔치를 해주지 못한 데다 한참 영양이 필요할 나이에 간식용 과자 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장면 외식조차 그림에 떡이다. 그마나 아이가 밥굶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Y씨는 요즘 새벽 2시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대리운전하며 번 돈으로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아내도 틈나는 대로 편의점 계산원과 식당 서빙 등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보테지만 부부 수입은 한달에 고작 100만원 안팎. 죽으라 일해도 최저생계비 조차 벌지 못해 사실상 극빈층이나 마찬가지다. Y씨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작은 잡지사에서 마케팅 과장으로 근무한 어엿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잡지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1년 가까이 월급이 밀렸고, 생활고로 직정을 그만뒀다.이곳 저곳을 전전하던 Y씨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말 아파트를 담보로 동네 근처에 작은 치킨집을 차렸지만 1년을 버티지 못했다. 1억원 상당의 은행빚만 안게됐다. 결국 대리운전 기사직을 택한 Y씨는 얼마전 전 직장을 상대로 체불임금 4200만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33세인 K씨의 경우는 체불임금 때문에 전과자라는 주홍글씨까지 받았다. K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동부지법 재판정에서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지난 4월 서울 외곽 한 가정집에 침입해 집주인에게 과도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된 K씨. 그에게 내려진 죄명은 준특수강도미수였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동네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던 K씨가 나락으로 빠져든 것은 체불임금에 따른 지독한 생활고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툭하면 체불되던 임금이 11월 23일을 끝으로 완전히 끊겨버렸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 공과금조차 밀리자 지난 2월 사표를 제출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육아비 조차 벌지 못하게 되자 결국 잘못된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Y씨나 K씨처럼 임금을 받지 못한채 생활고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보다 더 궁지에 몰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숱하다. 오랜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사업장이 많다는 얘기다.

체불임금 근로자가 올들어 7월 말까지 16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 늘어난 숫자다. 체불임금도 7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체불임금이 1인당 447만원 꼴이다. 임금체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을 신고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29만2558명이나 됐다. 2013년(26만6508명)보다 2만6050명(9.7%) 늘어난 숫자다. 체불된 임금 규모도 2013년 1조1930억원에서 2014년엔 1조3195억원으로 급증했다.

오랜 내수불황과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과 하청업체 등이 많았다는 게 고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체불임금 사업자에 대한 솜방방이 처벌도 체불임금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중 하나다. 이와관련, 고용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임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차단하겠다며 14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동안 체불임금 사업장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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