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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공화국②]자살충동 이유 1위는 ‘돈’…고속성장의 어두운 그늘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 기자] 한국이 세계 최고 자살률을 나타내는 원인은 주로 ‘경제문제’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는 1970~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고속성장의 이면에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전국 1만7664가구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한 번 이상 자살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6.8%였다. 이들의 자살충동 원인 1순위는 경제적 어려움(37.4%)이었다.


경찰청이 자살 사망자의 유서,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5건 중 1건 꼴로 나타났다.

2012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같은해 발생한 자살 1만3940건 중 2618건(18.8%)이 경제생활 문제로 발생했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3861건(27.7%), 육체적 질병문제 2887건(20.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주목할만한 고도 성장을 통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富)라는 것도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얻게 되는 상대적 만족감이기 때문에 절대적 소득 수준 향상 자체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과거 초고속 성장을 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때로 그 자부심이 너무 강해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적 수치와 지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질과 품격, 개인의 행복감은 결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단 걸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대표되는 출세와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이 과거엔 도움이 됐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신분 상승이 어려워진 지금 시대에 이르러 오히려 ‘더 높은 곳’만 바라보는 건 좌절감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성장과 풍요를 이뤘지만 효율성만을 중시한 가운데 너무 많은 대가와 희생을 치렀다”며 “경제적 성과 일변도의 사회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패배감은 좌절과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경쟁만이 강조되고, ‘우리’보다는 ‘나만’ 살 궁리를 하고, 좌절할 때 받쳐주는 촘촘한 사회보장 체계도 부족한 사회”며 “이전에는 사회보장 체계가 없어도 공동체가 있었지만 이제는 마을과 이웃마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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